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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비빔밥

by 진주


일을 마치고 여기저기 시장을 둘러보는 일은 우리 주부들의 일상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가냘픈 몸으로 허름한 좌판에 여러 가지 야채 담은 소쿠리 줄줄이 놓고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할머님이 계신다. 손님이 뜸한 사이에는 시들은 채소는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다듬기도 하셨다. 우리 밥상에 가장 흔하고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콩나물을 언제부터인가 할머니 좌판에서 사게 되었다.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국이나 나물로 만들어서 내놓으면 비벼 먹기도 좋다.

밥 먹다 목이 메 일 때도 한 숟가락 퍼서 떠먹으면 쑥 내려갔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비린내만 나지 않게 한소끔 끓여서 국 간장에 간 맞추고 마늘, 파 송송 썰어서 넣으면 국이 되었다. 아삭하게 삶아서 조선장치고 마늘 파 참기름 넣고 조물 조물 무치면 훌륭한 나물반찬이 되었다.




지금은 콩나물을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해서 먹지만 옛날에는 집집마다 콩 나물을 길러서 먹었다.

콩을 씻어 불려놓고 짚을 태운 재와 함께 시루에 안쳤다. 재를 넣었던 것은 아마 콩 썩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콩을 불려서 안친 큰 시루와 물이 담긴 함지박 사이에 겅그레를 걸치고 햇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검은 천으로 덮어 놓았다.

옛날 집은 추워서 아랫목에 두고 밤에도 잠만 깨면 콩 나물 시루에 물을 주었다. 일주일만 지나도 어느새 쑥 쑥 자란 콩나물이 노란 우산을 쓰고 빽빽하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콩나물 콩이 아닌 메주콩으로 길렀다. 외출하고 오셔도 콩나물시루에 손을 넣어 보시고는 "아이고 뜨끈 뜨끈흐다 콩나물 다 떠서 죽겄다" 하시며 바가지에 물 퍼서 손등 위에 흔들어가며 골고루 뿌려주었다. 잔발이 나올 틈 없이 깨끗하게 쭉 쭉 뻗어 곧게 자랐다.



자녀들이 모이는 날에는 며칠 사이 두고 두 시루씩 길렀다. 시루 하나는 우리들이 머무는 동안 먹을 수 있도록 키워놓았다. 끼니마다 콩나물국을 끓여서 한 대접씩 너무나 맛있게 드셨다. 다들 웬 콩나물을 저리도 잘 드실까 먹성이 좋으셔서 그러시나~~ 했다.

그런데 통통하게 자란 콩나물 대가리는 고소하고 국물은 시원하고 아사삭 아사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시어머니께서 냄비에 물만 넣고 끓일 수 있도록 잘 다듬어서 싸주시면 눈치 싸움 벌이다가 제일 큰 봉지를 집어넣었다.

그때는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세월이 지나고 보니 어머니 정성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옛날 맛은 나지 않지만 할머니 야채 가게에서 산 콩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었다.




밤새워 기른 어머니의 콩나물

한 움큼 씩 숭덩숭덩 뽑아서

머리에 뒤집어쓴 비닐우산 벗겨내고

몇 번 씻어서 삶아낸 콩나물에

집 간장으로 간 맞추고

꼬순내 나는 참기름 두어 방울치고

푸릇푸릇 올라오는 부추도 양념으로 넣으니

색깔도 곱고 이쁘구먼

봄 향기 가득한 마루에 둥근 밥상 펼치고

하늘하늘 떨어진 벚꽃으로 고명 얹어

고봉으로 떠먹은 콩나물 비빔밥!

어머니 콩나물시루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 콩나물 비빔밥 # 할머니 # 소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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