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는 남편

가족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시나요?

by 진주

아침부터 분주했다.

요즘 피곤한지 계속 잇몸이 부어서 아프고 양치할 때 피가 나서 치과 예약 해놓았다.

가는 길에 우체국 들려서 보험료 청구할 서류 챙겨서 바삐 걸어갔다.

집에서는 그다지 춥지 않아서 옷을 얇게 입고 나왔더니 바람결이 차가웠다.

산수유도 피고 남녘에서는 벚꽃축제가 열렸다. 봄은 왔는데 찬 바람이 심술궂게 봄기운을 막고 있다.

우체국에서 보험서류 등기로 보내고 치과에서 염증치료도 끝내고 나니 홀가분했다.




그리고 백혈구 중 단핵구 수치와 호중구 수치 때문에 혹시 암이 아닌가 염려가 많았다.

대학병원에서 의무기록사본 복사해서 "혈액내과 전문의"로 유명하신 장로님 병원을 찾았다. 사본을 살펴보시고 난 후 수치가 좋아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쾌한 답변을 듣고 오니 한시름 놓게 되었다.

피검사. 소변 검사 한 뒤 삼 개월 후 내원해서 다시 검사하자고 하셨다.

가슴 졸이고 있는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렸더니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카톡방이 불이 났지만 남편만 답이 없다.




얼마 전 가족들과 소통이 안 돼서 눈물 흘린 목자 지체 생각이 났다. 가족 카톡방도 자기 혼자 남기고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는다고 한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도 각자 자기 방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는 하소연 했다.

남편과 함께 아파트 옆 둘레길 산책하면서 대화 시도를 해보시라고 권유했다

그랬더니 남편에게 거절을 많이 당해 싫다고 다.

그런데 한 가지 남편에게 고마운 건 퇴직하고 난 뒤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한다.

아내에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해도 행동으로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 새는 울어야 새이고 종은 울려야 종이듯" 표현해야 되는 것 맞지만 때로는 사람에 따라서 행동으로 의사 표현하는 것 같아요.

답답하지만 먼저 "고맙다" 말하면 안 될까요?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갈등이 있을 때 남편이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어서 서운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설거지가 쌓였을 때 남편이 뽀득뽀득 소리 나게 씻어놓은 행동이 나름 미안하다는 표현이었구나 지인의 문제로 서로 대화하다 깨닫게 되었다.

대화는 없지만 집사님 남편은 퇴근하고 오면 깨끗이 청소하고 시장에서 반찬 사다 식탁에 차려놓은다고 한다. 그때마다 먼저 남편에게 고마움을 카톡으로 전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권면했다.

뻔뻔하게 나도 잘할 수 없는 적용을 감히 전하고 왔다.



우리나라 육십 대 남자들은 유교적인 가치관으로 마누라에게 잘못했어도 사과하는 건 체통이 구겨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직도 많다. 더구나 표현도 서툴다.

우리 남편도 병원 다녀온 후 가족 카톡방에 결과를 보냈어도 퇴근 때까지 답이 없다.

자녀들의 카톡을 등에 업고 그냥 넘어가려나보다

그런데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편이 간 치료받는 중에 결과를 카톡방에 보내도 직장일로 답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렇치만 남편은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다.

소소한 복수일까?

내 잘못도 깨닫지만 섭섭한 건 섭섭하다.



다들 가족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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