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주일날 예배드리고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서 며느리가 좋아하는 꽃게와 왕새우를 샀습니다.
저녁에 손질해서 된장 조금 풀고 끓이다가 고춧가루, 간장, 마늘 파 마늘 넣고 푹 끓였습니다.
맛을 보니 혀 끝에 녹아나는 맛은 아니어서 왕새우 몇 마리 더 넣고 다시 끓였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맛을 보인 뒤 보온 통에 담아서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내 손에 들린 꽃게탕을 보더니 엄마! 집에서 매운 음식 냄새나면 “이안”이에게 안 좋은데 합니다. 이안이는 손녀 이름입니다. 아니 너희들 키울 때도 오만가지 음식 집에서 다 했어도 멀쩡하게 다 컸다.
“별시럽다이” 한마디 했습니다. 음식 안 해 먹고 약 한 알 입안에 톡 털어 넣으면 배가 부른 것이 하나 나오면 좋겠다 했더니 아들이 그 말에 웃고 말더군요.
엄마, 아빠가 집에 없는 것을 알까요? 손녀가 잠을 푹 자지 않고 자주 깹니다.
12시 30분 정도에 아들이 수업을 마치고 왔습니다. 우유는 몇 시에 몇 리터 먹었는지 기저귀 몇 번 갈았는지 잠은 11시 30분까지 자야 하는데 몇 시에 일어났는지 형사처럼 조사합니다. 아들 말에 대답하다가 “아이 이안이가 지금 공무원이냐?” “몇 시에 자고 꼭 그 시간에 일어나게” 했더니 아들도 픽 웃습니다. 사실 나와 아들은 MBTI 똑같은 ENFP입니다.
며느리는 “ENFJ” 매사에 부지런하고 긍정적이고 계획적입니다. 저와 아들은 좀 계획적이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들도 살다 보니 며느리를 많이 닮아간 듯합니다.
잠에서 깨면 순서대로 놀아주라고 합니다.
칭얼거릴 때는 가끔 업어주기도 해야 하는데 포대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업은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네요. 그 말 끝에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 포대기로 업어서 키웠다.
그 말하고 나니 우리 세대들이 아이들 키울 때는 아기 용품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외출할 때도 유모차는 잠깐 가까운 곳에 다니려 갈 때는 좋지만 거리가 먼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포대기 띠고 업고 가는 게 최고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자가용에 아이 시트까지 다 마련이 되었고 유모차도 넣어서 갈 수 있으니 포대기가 별로 필요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어머니 되고 보니” 앞으로 육아 문제로 며느리와 갈등이 발생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일주일 한번 정도 우리 세대들이 키웠던 방식대로 포대기로 업고 싶어요.
앞으로 단풍이 예쁘게 물들건대 손녀 업고 아파트 단지라도 걸으며 가을 경치를 보여주고 싶어요.
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 지나가는 차 소리, 커피 향기 같은 마른 낙엽 냄새도 같이 맡고 싶네요. 우리 아이들 성장할 때는 연년생 키우느라 여유가 없어서 사계절을 그냥 보낸 아쉬움 때문일까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로 유명하신 닥종이 김영희 작가님도 독일에서 살 때 포대기로 아기 업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