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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숙 Oct 24. 2023

코스모스 사진 때문에

2023 1003


요즘 카톡으로 온 사진이 온통 코스모스이다.

정작 가을은 깊어가는 창밖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만 보고 지나친다.

가을 문턱만 들어서면 해년마다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김상희 씨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이다. 흘러나오는 멜로디도  반갑고 다른 꽃에 비해 코스모스만 보면

마음이 설렌다.

채송화, 봉선화 꽃을 보면 소박했던 고향집 꽃밭과 뒤안 장독대가 눈앞에 그려진다.

코스모스는 주로 들길에 많이 피

고추잠자리도 꽃 위에서 맴돌았다.

동네 어귀나 골목길에 건정하게 서 있다가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다.




고향에도 섬진강 다리만 건너면  코스모스가 가로수처럼 뻗어 있었다.

여름 내내 푸른 줄기에 잔잔한 잎사귀가

모여 건정하게 올라갔다.

가끔 리어카나 경운기에 치어서 코스모스가 부러지기도 했다.

래도 누군가 부러진 코스모스 대를 으로 묶어두었다. 가을 운동회 때 마라톤 코스로

항상 섬진강까지 쭉 뻗어 있는 이 길을 각 마을 선수들이 뽑혀서 코스모스랑 함께  달렸다.

가을에만 피는 꽃인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여름에도 군데군데 피어서 흔들거리고 있다.

사실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라 유월에 피는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 아래 흔들리는 모습을 봐야 제격이다.

지인들이 보내준 사진 속에는 코스모스보다 더 활짝 핀 얼굴로 가을을 붙잡을 듯 손을 뻗치고 있다.

 


마침 10월 초 휴가를 즐기고 있는 형부랑 언니랑 함께 강화 석모도로 향했다. 차창 밖에는 온통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황금물결이다.

군데군데 풀기가 말라가는 고구마 줄기가 뻗어가는 것을 멈추고 있다.

줄기를 걷어낸 황토밭에는 자줏빛 고구마가 군데군데 쌓여있다.

누렇게 익은 벼도 금방 우리들 밥상에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햅쌀로 지은 밥은 반찬이 없어도 꿀떡 넘어간다. 갓 지은 밥은 냄새도 고소하다. 무쇠솥에 누른 누룽지 닥 닥 긁어서 공처럼 뭉쳐 내놓으면, 뜨거워서 손바닥 이리저리 굴렸다.

한 입씩 뜯어먹은 누룽지는 우리들 최고 간식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그 맛을 알기나 할까?



강화는 밴댕이 회가 유명하다. 오염수가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는 상관하지 않고 회 한 사라 주문하니 밴댕이 회 무침까지 나왔다.

무와 배, 미나리와 함께 초고추장에 무친 밴댕이는 작아도 바다 냄새가 입안 가득 퍼졌다.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석모도로 향했다.

 2017년도 석모대교가 세워  타고 드나들던 항로는 사라지고 교통이 편리해졌다.

여기도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듯 들판에는 바쁜 농사 군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보은사 들어가는 입구에는 시골 장터처럼 각가지 나물과 곡식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주름진 얼굴에 뽀글이 파마한 낯익은 엄마들  모습으로  발걸음 멈추게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올기쌀과 호랑이 콩을 샀다.




석모도를 돌면서 올기 쌀 한 줌 입에 넣고 오물 거리니 입안 가득히 퍼지는 고소함 고향 맛처럼 좋다.

석모도를 돌아 나오자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며 바닷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일몰의 순간을 잡으려는 사진작가들이 군데군데 서 있다. 우리도 한자리 잡았다.

해는 빨갛게 타오르며 바닷속으로

져들었다. 

뜨거운 태양이 풍덩 빠진 바다는 뜨거운 물이 지글지글 끓고 있을 것 같다.



생뚱맞게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여기 모인 이들이 각자 새로 시작하는 내일이 있기에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해에 열광하지 않을까?

스칼렛 오하라의 독백처럼.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칠 때마다  들길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도 나불나불 손을 흔든다.




2023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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