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명품 마케팅 이야기
Hermes. 이름만 들어도 간지가 넘쳐흐르는 그 이름. 오늘은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에르메스와 명품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의식주라는 단어 안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인간이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인간이 입는 옷까지. 의식주는 인간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소비재다. 각각의 니즈가 확고한 만큼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회사들 가운데는 IT, 유통 기업들뿐만 아니라 바로 ‘의’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특히 에르메스는 루이뷔통, 샤넬 등과 함께 패션계의 최고 타이틀을 등에 업고 애플, 월마트 등 TOP 가치를 지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 이 프랑스의 거인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배경 설명
패션 브랜드들의 명성은 사실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들의 마케팅 비결에 앞서서 정말 간단하게 에르메스의 역사를 먼저 알아보자. 에르메스는 1837년 프랑스의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한 브랜드이다. 처음에는 가죽용품을 취급하는 회사였지만 대를 거듭하며 취급하는 아이템을 늘려 나갔고, 사업 수완이 좋았던 자손들에 의해 점점 더 글로벌하게 스케일을 키우게 되는 것이 에르메스의 간단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에르메스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명품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쉽게 숫자로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퀄리티와 디자인이 엄청 좋은 가방이 있다고 해보자. 필자가 지금 지갑을 열 수 있는 주인공이라면 대략적으로 50만원 정도까지 어떻게든 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근데 100만원이 넘는 가방을 단순히 디자인과 퀄리티가 좋다고 살 수 있을까? 일단 필자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 분들도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백만원이 넘는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 퀄리티 이상의 프레시티지와 브랜드 밸류가 필요하다. 에르메스는 이러한 밸류를 얻기 위해 <간접 광고>, <희소성> 그리고 <젊은 이미지>에 집중했다.
입소문을 활용하라
먼저 에르메스는 대대적으로 제품을 광고하거나 마케팅을 홍보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소통 매체인 TV나 유튜브에서 에르메스를 광고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에르메스를 알릴 수 있었을까? 답은 입소문이다.
가방을 예로 들어보자. 가방은 사실 연예인들이 본인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브랜드에 가깝다. 그들이 입는 옷과 패션은 곧 대중들의 선망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간접적인 노출만으로도 에르메스는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유지하고, 광고에 직접적으로 돈을 쓰지 않아도 많은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셀럽과 유명 인플루언서들만으로 에르메스는 전 세계에 본인을 추종하는 거대한 팬 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제품의 희귀성을 확보하라
에르메스는 ‘한정’ 마케팅의 대가이다. 없으면 없을수록 사람들은 그 가치에 목마른 법이다. 일단 그 첫 번째는 정보의 차단이다. 에르메스는 일 년 동안 본인들이 제품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치 전 세계에 몇 개 생산되지도 않은 본인만의 스페셜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해당 제품을 손에 쥐기까지 소비자들은 길게는 일 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매장에서의 대접은 또 어떤가. 에르메스의 공간은 사람들이 단순히 매장에 들어가서 제품을 사는 곳이 아니다. 당신이 에르메스를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에르메스는 당신이 제품들을 걸칠 자격이 있는지 살핀다. 이미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몇 백 년간의 브랜드 역사와 장인정신을 입을만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에르메스가 그 수백 년 동안 본인의 밸류를 잃지 않은 비법이다.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라
에르메스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1970년대 에르메스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올드함의 결정체’였다. 가죽 명품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을법한 가죽이라는 소재에 얽매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에르메스의 가치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위기 속에 에르메스는 본인의 색깔을 확실하게 변화시켰다. 요즘 세대로 비유하자면 MZ 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데님에 스카프 등 젊은 세대들이 소구 할만한 제품을 개발하고, 젊은 층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우면서 점차 노년의 추억이라는 이미지에서 젊은 층의 워너비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에르메스가 내세우는 마케팅 메시지를 매우 젊게 바꾸며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 것이 주요했다.
명품 자체는 사실 젊은 층이 선뜻 소비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소비층은 어느 정도 돈을 버는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러한 타겟층 위주의 점잖고 중후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에르메스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주 고객층이 아니더라도 '브랜드가 젊다', '나도 젊다' 라는 이미지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한 에르메스는 10년 안에 다시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라도 오늘의 제목 뒷배경 이미지가 에르메스와 잘 연결되지 않았던 독자 분들이 있었다면 스크롤을 올려 다시 한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에르메스가 이러한 마케팅 메시지를 지금까지도 꾸준히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이유이니까 말이다.
마무리하며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들, 특히 이름을 날리는 명품 브랜드들은 그 역사가 몇 백 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퀄리티는 당연히 기본 중에 기본이다. 세계 모두가 인정하는 장인의 손길과 디테일로 시작했지만, 회사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장인의 손길 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아무리 멋있게 잘 만들어도, 하루에 한 개 밖에 못 판다면 그것은 사실상 사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영역이다. 에르메스를 성장시켜 나가는 핵심은 <마치 프랑스 본사에서 산 것만 같은 명품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그러한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는 일> 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 시스템은 후대에도 패션을 초월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브랜드 마케팅 방법론에 영감을 주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서 제품이 가지는 가치와 희소성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그러한 패션 브랜드들이 과연 퀄리티가 부족할까?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부족할까? 아니다. 우리는 <Hermes>라는 브랜드 가치를 알고 있는 것만큼 다른 패션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퀄리티 높은 제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그 가치를 고객들에게 알리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 그것이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를 만든 지름길이다.
세 줄 요약
1. 직접적인 광고보다는 간접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마케팅을 시도한 브랜드
2. 제품에 대한 가치와 희소성을 유지시켜 나가는 브랜드
3. 타겟층과는 다소 다를 수 있는 젊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