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m 남았는데 어떤 채 드릴까요?
연습장에서 유독 찹쌀떡처럼 잘 맞는 채가 있다.
파3에서 니어를 선사해 주는 그런 멋진 채, 나에게도 그런 소울 웨픈이 있다.
마치 그날의 컨디션을 확인하듯 연습장에서 휘둘러본다.
라운드에서 캐디님이 거리에 맞는 채를 꺼내주시는데 늘 고민되는 거리가 있다.
110m은 앞바람이든 뒷바람이든 꼭 7번과 8번을 같이 들고 간다.
나의 오랜 소울 웨픈는 8번 친구인데 캐리로 딱 100m를 가고 런으로 5m 정도 가는 것 같다.
7번은 110m 정도인데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130m를 가기도 한다. 여하튼 그렇다.
믿고 치는 8번인가 좀 길게 쳐도 뒤땅 실수할 거 생각한 7번인가 고민하며 연습 스윙 그리고 샷
라운드 경험이 부족할 때에는 라이나 러프, 바람, 코스 같은 것들을 고려할 줄 몰라서 홈런을 때리거나 바로 앞에 공을 떨어뜨리며 좌절했던 적이 많았다.
생각보다 라이는 험난했고 러프는 질겼으며 바람은 공에 많은 관여를 했다.
이럴 때에도 항상 나의 편이 되어주는 8번 아이언은 큰 위로와 의지가 되었다.
어느 정도 구력이 쌓이고 프로님 레슨도 받고 연습도 꾸준히 하다 보니 요즘에는 그래도 라운드에 의지가 되는 친구들이 꽤 많이 생겼다.
그래도 어려운 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130m~150m 사이의 거리였다.
6번 아이언으로 치면 짧고 5번 우드는 너무 길었다.
우드로 연습도 안 해본 컨트롤 샷을 하다 공이 말려서 해저드에 왕왕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꽤 오랜 고민 끝에 골프존 마켓에 가서 유틸을 사게 되었다.
유틸리티 채는 하이브리드로 헤드의 생긴 모습 때문에 고구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채인데 우드 스탠스로 아이언처럼 치는 샷이다.
시타를 하는데 세상에 이렇게 편한 채가 있다니 놀랐다. 손맛도 좋아서 기분 좋게 뻥뻥 휘두를 수 있었다.
연습장에서 몇 번의 합을 맞추는 시간을 갖은 뒤 지금은 또 다른 나의 소울 웨픈이 되려 하는 중이다.
골프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함께하는 동반자인데 골프채 역시 나의 좋은 동반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 만나 합을 맞춰보고 자주 여행도 가줘야 소울 메이트가 될 수 있다.
어두운 캐디백 안에서 먼지 쌓여있다가 오랜만에 만나면 그리 어색할 수가 없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여행을 가버리면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캐디백 안, 나는 열두 개의 친구들과 모두 친하게 지내려 이번 주에도 시간을 보내려 한다.
퍼터 친구랑은 언제 즘 가까워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