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라운딩

너만의 스코어 계산법

by 심심한 사람

이상하다. 내가 본 것만 해도 6번이 넘는데 파라고 우기는 너의 스코어 계산법이 궁금해졌다.


라운드를 하면 페널티구역(해저드)과 OB에 공이 빠지기도 한다.

이후 다음 샷은 벌타를 받고 플레이를 이어 가게 되는데 아무도 준 적 없는 멀리건이 등장한다.

그린 위에서 컨시드 오케이를 받으면 한 타가 추가되는데 자연스럽게 잊는다.




'내기 골프를 쳐야 골프가 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 샷 한 샷 신중하게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눈을 부릅뜨고 제대로 스코어를 계산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골프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때론 정직함일 수 있다.

어쩌다 보게 된 <라이징 임팩트> 골프 애니메이션에서 카메롯 일본 분교의 리벨 링월드가 이전에 골프대회에서 부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주인공을 만나 극복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저지른 부정 스코어를 생각하면 다시는 골프채를 잡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명랑 라운드여도 홀이 끝난 뒤에 카트에 타서 캐디님이 스코어를 입력할 때 이상한 긴장감이 감돈다.

내가 누구보다 잘 쳤는지 못 치고 있는지 계산하게 되고 나의 구력과 상대의 구력을 따지며 이 스코어가 합당한 지 생각하게 된다. 경쟁하고자 하는 인간의 당연한 본능 같은 것이다.

그런 마음이 스코어를 이상하게 계산하게 만들기도 한다.


치려는 의도를 갖고 땅을 쳤다면 이것은 한 타로 계산해야 할까 아니면 공은 건들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깃대를 맞고 홀컵을 나온 공은 깃대가 아니었으면 들어갔을 것이니 한 타를 빼줘야 하는 것일까.

신박한 스코어 계산법이 명랑한 라운딩마다 나를 놀라게 한다.


골프를 매너 스포츠, 신사의 스포츠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나의 샷을 정직하게 이어가는 것,

내가 몇 번이나 쳤는지 룰을 알고 기록하는 것,

이런 마음이 사람들이 주목할 때 뽐내는 나의 멋진 티샷보다,

나의 인스타그램 라운딩 사진 기록보다 중요하다.


비단 골프뿐이겠는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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