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여유롭게 1박 2일
너무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2026년이 되었지만 이 글은 작년 12월에 있었던 일이다.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휴대폰 스크롤을 만지작 거리다 전주에 살고 있는 친구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요일 아침, 예약도 없이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30분 뒤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구매하고 앞에 있는 아담한 분식집 다찌에 앉았다.
2천 원에 어묵 두 꼬치와 뜨끈한 국물을 마시며 몸을 녹였다.
가방 하나 단출한 짐을 들고 버스에 올라 노래를 좀 듣다 보니 어느새 전주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택시를 타고 가보고 싶었던 비건 카페에 갔다.
아기자기한 쿠키와 맛있는 스콘과 음료, 약간은 앙증맞으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으며 순간을 기록했다.
다이어리도 쓰고, 책도 한 참을 읽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탔다.
한 참을 돌아가는 버스 덕에 전주 시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평일 저녁 전주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자 자주 보는 사이였지만 꽤나 색달랐다.
어떤 것이 전주 특산물인지 생각하지 않고 친구가 소개한 동네 맛집으로 향했다.
와인 한 잔의 여유와 피자 한 조각,
역시나 저녁 식사 자리로만은 수다가 부족해 우리는 오징어 튀김과 리슬링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친구의 자취방으로 갔다.
원 룸의 작은 오피스텔에 나를 위해 깔아 둔 이부자리가 사랑스러웠다.
다음날 친구는 아침에 부리나케 출근을 했고 나는 조금 여유 있게 일어나 친구의 집을 가볍게 청소해 준 뒤 밖으로 나섰다. 이전에 가봤던 성당을 다시 가보고 소품 가게와 카페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밥을 먹을 때에는 혼자지만 마치 둘이 온 것처럼 시키고 싶은 메뉴를 다 골라 호화롭게 식사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 올라가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생각해 보니 혼자 여행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 여행이었다)
이전에 퇴사를 하고 보름 정도 제주도에서 지냈던 적이 있었다.
렌터카를 빌려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움직이고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싶은 만큼 있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내가 먹고 싶은 때에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참 좋았다.
이번 전주 여행에서 그 기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19년도에 결혼해 어느새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당연해졌다.
우리는 서로가 솔메이트라 잘 맞는 사이라고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식사 시간부터 기상 시간, 컨디션 등을 고려하는 것이 바로 같이 사는 일이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우리는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척하면 척하고 아는 이야기들, 첫음절만 들어도 아는 서로의 마음, 비슷해진 식성에 우리는 둘이 함께 있는 것이 너무 편안하다.
하지만 혼자 고요하게 있는 시간이 주는 힘과 위로가 분명히 있다.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2026년이 되었다. 무엇이 되겠다. 얼마를 벌겠다. 이런 목표를 안 세운 지 꽤 되었다.
대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상상한다.
올해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이따금 훌쩍 백팩 하나 메고 혼자 여행을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