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골프 천재와 바보 그 사이 어딘가

by 심심한 사람

집 앞에 자주 가는 연습장이 있다.

일명 닭장이라 불리는 인도어 연습장인데

그날도 어김없이 키오스크에서 표를 뽑아 타석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프라다 맨투맨에 에르메스 슬리퍼를 신은 아저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프로시죠?" 이러는 것이다.

"에? 저요? 아니요?" 그런 질문은 매번 당황스럽다.


나는 다부진(?) 체격 때문일까 프로인지 오해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마 내가 연습하는 것을 조금만 보고 있으면 바로 프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따지자면 골린이가 아닐까.




처음 골프를 접한 것은 시댁의 권유였다.

남편의 직업 특성상 접대 골프를 할 일이 많은데 부부가 같이 치면 앞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지하 스튜디오 3개월 매일 입문반에서 그렇게 나의 골프 라이프는 시작되었다.


머리 올리는 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나는 떨리는 첫 티샷을 한 번에 성공했고 그날 파3에서 두 번이나 파를 성공했다.

같이 간 동반자들과 캐디님은 내가 골프 신동이라며 칭찬해 주었다.


나도 내가 골프 천재인 줄 알고 어깨를 으스대며 다녔지만 깨백은 참 멀고도 멀었다.

겨울에 라운딩 좀 쉬고 봄에 새로 시즌이 시작되면 항상 처음 치는 것처럼 백돌이로 돌아갔고

여름에 잔디가 올라오면 그해 라베를 찍고 그다음은 108타 이런 식이었다.


드라이버가 잘되면 아이언이 망했고

드라이버가 안 되는 날에는 그냥 매 홀마다 두타씩은 먹고 시작했다.

인생에 마음대로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내 자식과 골프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현재 자식은 없이 지낸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한 가지에 족하지 않을까. 아님 말고)


올해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았다.

점점 구력은 쌓이는데 스코어는 제자리를 맴도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취미도 어느 정도 좀 늘어야 즐거운 법이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으니 그것은 바로 투어 프로의 레슨이었다.


나의 스윙을 찬찬히 보더니 프로님이

"골프 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라고 물었다.


"네... 저 뭐 그냥 5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하하하"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