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속 Sep 01. 2024

나에 대한 관찰 일기장

알아차림은 나에 대한 덕질이다

 나 그리고 나를 지켜보는 판단 없는 나. 이 두 존재의 분리 사이에 사랑이 있다. 문득 떠오르는 지난날의 상처에 주저앉아 울 때도, 분노에 주체할 수 없는 마음에 덜덜 떨리는 몸을 부여잡을 때도, 꽃향기를 맡으며 미소 지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하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 때도 나는 나를 지켜보며 그저 말없이 미소 짓는다. 



 알아차림은 태초부터 자라온 나무이며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다. 

 알아차림은 [그저 있음] 이다.

 알아차림은 [현재 존재함] 이다.

 알아차림은 [무한한 사랑] 이다.


 알아차림을 하면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덕질을 하게 된다. 


 아, 얘는 창가의 햇살을 좋아하는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한 순간에 특히 설렘을 느끼는구나.

 글을 쓸 땐 잡생각이 사라지는구나.

 명상을 할 땐 미간을 간지러워하는구나.

 배불렀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구나.

 촬영 방 책상에 앉아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는구나.

 강아지가 1살 때 소변 실수 문제로 혼냈던 걸 여전히 미안해하고 있구나.

 밤에는 유독 쇼츠 보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구나.

 중독된 행동을 할 때 머리가 멍하고 불안하구나.


 나는 지난 37년을 나를 증오하고 책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불행을 내 탓으로 돌리는 자학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 게 내 탓이라고 내가 나를 헐뜯고 욕하면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모든 일은 다 나 때문에 일어났으니 스스로에게 벌을 내려 마땅했다. 이로 인해 심한 무기력을 겪었다. 자책에 에너지를 모두 쏟아서 매일매일이 탈진 상태였다. 알아차림이 없는 삶은 이렇게나 외줄 타기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스스로에 대한 과한 몰입은 사랑이 아니다. 집착이고 자기 학대다. 길에서 넘어진 아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듯 나는 나에게 이제부터라도 그런 사랑을 해 주려 한다. 


 이곳은 나의 관찰 일기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