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내가 아니다
어제부터 몸에 기력이 없고 계속 잠만 오고 식욕도 없더니 역시나 생리를 시작했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약만 잘 먹어두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통증이 이미 시작되면 약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서 심하면 응급실에 가야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늦게까지 잠을 자느라 약 먹을 시간을 놓친 것이다. 대충 급한 대로 어제 먹다 남은 빵을 뜯어서 입에 욱여넣고 진통제를 먹었다. 역시나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끙끙 앓다가 문득 내가 이 고통에 너무 과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 고통 이라고 동일시하며 관찰자로서의 나는 잊어버린 것이다.
몸의 고통이든 마음의 고통이든 과몰입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정신을 차리고 고통과 나를 분리시켜 바라봤다. 자궁의 통증을 그저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때부터 나는 고통이 아니게 되었고 곧 통증이 점점 줄어들더니 몸을 일으켜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활기가 생겼다. 나는 종종 몸 안에 고통이 생기면 관찰자 모드로 들어가 지켜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효과가 아주 좋다.
물론 아프면 병원 가고 약을 먹는 것이 맞지만 그러기 애매할 때가 있다. 생리통이나 두통 등이 그러하다. 그럴 때 알아차림은 아주 유능한 의사 선생님의 역할을 한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진짜 나는 본질이고 변하지 않는다. 나의 본질은 육신이 사라져도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언젠가 사라질 고통이 내가 될 수 없으며 슬픔도 내가 될 수 없다. 언젠가 낡고 닳아 사라질 자동차나 집이 내가 될 수 없고 클릭 한 번으로 삭제될 내가 만든 영상 또한 내가 될 수 없다. 내가 쓴 이 글도 내가 될 수 없다. 나의 본질은 사랑이며 확장이다. 그것 이외에 모든 것은 내가 아니다.
생리통에 신음하던 그것은 이미 사라졌다.
슬픔에 울부짖던 그것은 이미 사라졌다.
분노에 치를 떨던 그것은 이미 사라졌다.
사랑하며 확장하는 나만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