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_어센틱
목차
01 나는 살구 싶나
02 이보현은 살구 싶다
03 하태수는 살구 싶다
04 나유민은 살구 싶다
05 김소하는 살구 싶다
외전: 작가의 말
작가: 한로로
-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오늘자 멜론 차트에 2곡이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 (사랑하게 될 거야. 0+0)
자몽살구클럽은 중학교 교내 비밀 동아리이다. 죽고 싶은 이유가 충분한 네 여학생이 서로의 구원을 위해 각자에게 20일씩을 배당한다. 다른 팀원들은 해당자의 살구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p39
'죽음'. 자몽살구클럽을 관통하는 단어이자 우리들의 모순적인 소원. 나는 알고 있다. 죽고싶지만 실은 죽고 싶지 않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은 서로 밖에 없음을.
내게 손을 건넨 언니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오늘이 우리에게는 연명을 좌지우지하는 시한폭탄 같다는 것을 나는, 언니들은,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큼의 용기가, 연대가, 희망이, 사랑이, 내일이, 우리에게 간절한지. 이 자몽살구클럽만은 알고 있다.
p 56
바다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고 이 사실은 때때로 쓰나미 같은 용기를 내게 선물해 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바다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보현 언니의 꿈을, 유민 언니와 태수 언니의 웃을 지켜주는 사람, 더 이상 스스로를 익사시키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유영하는 어른.
하나 확실한 것은, 나의 바다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116
나는 언니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빌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억압된 자유를 손에 넣어 이 세상에 흩뿌려주는 어른이 되기를 빌었다.
언니의 생존을 빌었다. 자몽살구클럽의 영원을 빌었다.
간절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가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따라 불렀다.
이런 제길. 이런 게 또 어디 있어어어. 이런 제길. 이런 게 또 어디 있어어어.
p 152
아기처럼 안겨 펑펑 우는 유민 언니는 어른으로부터의 위로가 그 누구보다 절실했을지 모른다.
음악선생님은 남은 손으로 보현 언니와 내게 오라 손짓하셨다. 엉거주춤 다가서자 우리들을 한 번에 끌어안고는 뒤통수를 번갈아 어루만지셨다.
품 안에 맴도는 그녀의 라벤더 향은 아주 오래 어른의 향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죽음의 충동 속에서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몇 만난 적 있다. 어떤 아이는 자해를 하곤 했었는데
집을 가출한 그 아이와 아이의 동생을 내 자취방에 재운 적이 있었다. 아침에 고데기를 말아주면서 내 손 끝 스쳤던 아이의 머리카락 감촉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훗날 sns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을 때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
잘 버텨줘서. 애썼어. 장하다. 너무 어여쁘다.
... 이 세상의 모든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이 누군가의 다정한 품 안에서 살구 싶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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