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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Feb 17. 2024

65세 엄마, 중학교를 졸업하다.

<나의 열매>

어제 서울 청암중고등학교 졸업식장은 노인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들은 축하객들이 아니라 주인공들이다.


그 주인공들 뒤로는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역시 그들 하나이다.

졸업식을 보고 있으려니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을 들어 일부러 천장을 쳐다보며 꾹 참았다.

아들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기쁘기만 했는데, 엄마의 졸업식은 뭔가가 울컥거리며 자꾸 뜨겁게 올라왔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자꾸 귓가에 맴돌기 때문이었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학교를 다니긴 했어.

엄마 아래로 동생이 다섯이나 있었잖아. 걔들 돌보느라고 띄엄띄엄 갔었지. 그땐 제대로 된 기저귀도 없었잖아. 동생들이 엄마 등에 오줌을 싸면 그대로 등에서 절어버리고는 했어.  

학교 가면 친구들이 냄새난다고 놀리고, 선생님은 육성회비 안 낸다고 맨날 때렸어.

그래도...... 학교는 너무 다니고 싶었는데......

12살인가 13살부터는 친척집에 가서 일하면서 컸거든. 엄마는 바보처럼 그 집에서 학교를 보내주는 줄 알았단다. 그런데 결국 종처럼 그 집 일만 해준 셈이었지.

하루는 엄마가 그 집 딸 교복을 다리미로 다리는데, 눈물이 툭툭 떨어지는 거야. 그러더니 그 애가 오더니 눈물 떨구지 말라고 재수 없다며 옷을 가져가더라. 얼마나 서럽던지......

엄마는 정말 공부가 하고 싶었어."


그렇게 눈물짓곤 하던 엄마가 이제는 웃고 있다.

환하게 웃으며 졸업장을 손에 들고 선생님, 친구들과 사진을 남기느라 바쁘다.

하객으로 온 가족들보다 친구들이랑 깔깔거리며 "축하해."라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졸업생 모습들이 열대여섯 살 여중생들의 발랄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졸업식 2부 행사,

가족들은 딸기케이크로 축하 노래도 불러줬지만 이제 막 졸업한 중학생 엄마 놀리기도 열심이다.

"중학교도 공부 힘들었는데, 고등학교 중도에 포기 안 하고 잘할 수 있겠어요?"

"요새 고등학생 자퇴가 그렇게 많다면서요."

덩달아 아빠도 같이 도마 위에 오른다.

"아이고, 이제 아이가 고등학생이니 학업스트레스 관리랑 학비도 만만치 않겠어요."

아빠는 일흔으로 올해 퇴직하지만, 엄마 고등학교 뒷바라지 하느라 또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고 앓는 소리를 하신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 채 말이다.


엄마의 얼굴에서는 더 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졸업 정말 축하드려요. 엄마!


<중학생 엄마가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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