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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pr 05. 2024

이번에는 조선시대 내시다!

최대 8분.

제한시간이 있는 한 편의 연극을 준비 중이다.

연극이 아니라 경연대회인가?

심폐소생술 대회에 연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며, ○○소방서에서 우리 극단 문을 두드린 지 어언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사실 3월에는 너무 바빠 다른 단원들 하는 걸 구경만 하다 두 주 전에야 손을 번쩍 들고 합류했다.

혼자서 연습하다 오늘 저녁은 본격적 리허설!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2주 동안 아들에게 시끄럽다고 구박받아가며, '주상전하 납시오'를 얼마나 외쳐댔는지 모르겠다.


내가 맡은 역할은 조선시대 내시다.

단역 중에 단역.

왕 옆에서 딸랑딸랑 아부만 떨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 톤이 정말 고민이었다. 억지스럽게 간신배스러운 목소리 몇 가지를 만들어봤는데 유일한 관객인 아들은 고개만 설레설레 젓는다.

결국 포기.

내 원래 목소리대로 하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왜?"

돌아오는 답변이 의외였다.

"엄마는 원래 여자인데 내시역이잖아.

평소 엄마 목소리 내도 그냥 씩씩한 내시 같은 걸."

아, 나 씩씩한 내시였구나.

그냥 내가 나답게 연기라면 되는구나.

오늘 펼쳐지는 하루와 이어지는 저녁 리허설까지 쭉 다가오는 시간들 속으로 미소를 띤다.


나다운 내가 나아가는 걸음걸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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