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일주

60 갑자

by 묘해


기축일주


나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땅이었다.

누군가 걸어가고, 누군가 머물다 가도

그 자리에 남아 있던.


말이 없다고 깊이가 없진 않다.

느리다고 멈춘 것도 아니다.


속으로,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다져지는 것들이 있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세상은 계절을 바꾸며 흘러가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무언가를 견디고 있었다.


빛이 닿을 때까지.

그냥 그 자리에서,

흙처럼 기다릴 줄 아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