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일주

60 갑자

by 묘해


갑오일주


나는

씨앗도, 꽃도 아닌

단단한 줄기였다


비에 젖을 때도

햇볕에 타들어갈 때도

나는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곧게,

위로만 자랐다


내 안엔

말할 수 없는 불꽃이 있었고

그 불은 나를 태우지 않고

앞을 비췄다


누구는

그 열기를 두려워했지만 나는 알았다

뜨거움은 파괴가 아니라

길을 여는 힘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달렸다

말처럼 달리고, 멈추고, 또 달려서

결국 나만의 숲을 만들어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선택한 빛의 속도로 자라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