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일주
나는
씨앗도, 꽃도 아닌
단단한 줄기였다
비에 젖을 때도
햇볕에 타들어갈 때도
나는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곧게,
위로만 자랐다
내 안엔
말할 수 없는 불꽃이 있었고
그 불은 나를 태우지 않고
앞을 비췄다
누구는
그 열기를 두려워했지만 나는 알았다
그 뜨거움은 파괴가 아니라
길을 여는 힘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달렸다
말처럼 달리고, 멈추고, 또 달려서
결국 나만의 숲을 만들어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선택한 빛의 속도로 자라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