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필
눈을 떠보니 이곳은 어느 하얀 공간이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 어리둥절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였다.
저 멀리 어떤 문이 보였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문 앞으로 달려갔다.
‘똑똑’ 내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똑똑’ 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힘차게 문을 두드렸다. ‘쿵쿵’
그제야 위에 있던 카메라 하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말했다. “이 문을 열어주세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정했다. “안됩니다.”
“왜 안되죠? “ 나는 되물었다.
그러자 그 카메라가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 당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체 나에 대해 뭘 그렇게 알아야 할까.
올려다본 카메라는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나에 대해 알아보세요.”
내가 힘없이 말했다.
그러자 카메라는 몇 초 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나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
나는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짝거리는 눈으로 카메라만을 응시하였다.
이땐 미처 몰랐다. 나에게 어떤 미래가 다가오고 있었는지.
”첫 번째, 당신은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요? “
나는 고민하다 말했다. ” 네. 그런 편이죠? “
이어서 계속 음성이 흘러나왔다. ”두 번째, 당신은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하나요? “
이번엔 망설임 없이 외쳤다. ”아니요. 절대 안 합니다. “
그러자 카메라는 말을 이었다. ”네 좋습니다. “ 이후에도 질문은 이어졌다.
“세 번째, 당신은 이기적인 편인가요. 이타적인 편인가요?”
“음.. 이타적인 편인 것 같아요.”
“네 번째, 당신은 배려심이 강한가요?”
“강하다고 확신은 못하겠네요.. 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편인 것은 맞습니다.”
“다섯 번째, 당신은 솔직한가요?”
“네. 거짓말을 정말 못하는 편이에요.”
.
.
.
“마흔아홉 번째, 당신은 인간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가볍고 짧게 유지하는 편인가요?
”………오래 지속이요…“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도대체 이 망할 카메라는 질문을 왜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이며 언제 나를 들여보내주는 것일까. 나는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카메라가 말을 했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제 질문에 모두 솔직하게 답변하였나요? “
나는 말했다 ”네…! 그렇고 말고요 “
그 순간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두 눈을 번쩍 떴다. 드디어 문이 열린 것이다.
카메라에서는 나지막이 이런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신이 진실된 사람이길 바랍니다. “
나는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곳은 방금 있던 곳과는 너무 다른 아름다운 곳이었다. 휴양지보다 더 말이다.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도대체 이곳이 어디인지 의문이 들어서 다시 내가 들어왔던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마음의 문>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은 내 마음 속이었다.
문득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문만 바라보았다.
이렇게 따뜻한 공간을 품고 있으면서도,
나는 왜 그 문을 스스로 닫아버렸을까.
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마음의 문은 누구에게나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나는 그 문을 완전히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