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걸음

초단편소설

by 회색도서관

오늘도 너에게 문자를 보냈어.

“나의 오늘 하루는 조금 힘들었어. 너는 어땠어?”


네가 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네가 답장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너에게 말을 걸고 또 걸었어.


한때는 네가 바로 답장을 보내주지 않으면 눈살을 조금 찌푸리기도 했고

네가 문자를 읽지 않아서 서운했어.

나만 혼자 이 관계를 끌고 가는 것 같았고, 나만 너를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감정들도 서서히 닳아 없어지더라고

끝없는 기다림에 나는 무뎌졌고, 너를 향한 나의 기대는 사치가 되었어.


그럼에도 나는 계속 문자를 보냈어.

왜냐면 너는 내게 처음으로 “괜찮아, 너는 그대로도 괜찮아”라고 말해줬던 사람이었으니까..

누구보다 따뜻했던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고,

고작 그 말 한마디에 붙잡힌 나는 아직도 네게 매달리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나는 매일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어.


오늘은 유난히 숨이 막히는 날이었어.

별일이 없었는데도 너무 버겁고 마음은 너무 아팠어.

숨을 쉬는 것조차 작은 벌처럼 고통스러웠고,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나의 모든 게 다 부서진 것 같았어.


그날 밤 나는 그 강 그 다리 위로 향했어.

늘 네가 예쁘다고 했던 그 강 있잖아

늘 네가 나와 가보고 싶다고 말만 했던 그 다리 있잖아


어제 비가 내린 탓인지 공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다리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잔잔하지만 깊었고 무언가를 품을 준비가 된 얼굴을 하고 있었어.


나는 다리 위에 섰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너와의 문자창을 켰어.

그러곤 마지막 문자를 힘겹게 꾹꾹 눌러 적었어.


“네가 보고 싶어. 너를 만나러 갈게. “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조용히 주머니에 넣었어.


그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네가 흘리는 기쁨의 눈물일까?

그렇게 나는 아주 천천히,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지.


물속으로 스며들며, 조용히 웃었어.


너를 만나러 가는 이 길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