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필
나는 드넓은 평야 위에 있다.
이 거센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내가 있는 평야는 맑았었다.
햇살은 유리처럼 투명했고, 바람은 언제나 부드러웠다.
발밑을 덮은 잔디는 푸르고 따뜻해서 나는 그 위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곤 했다.
가끔은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긴 했지만,
그것조차 이 평야에선 오히려 선선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짙은 먹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잠시 머물다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별일 아니라고 넘겼다.
어쩌면 피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아직은 괜찮다고 애써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먹구름은 점점 무겁고 짙어졌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나는 두려움에 먹구름의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달렸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무작정 달렸다.
하지만 먹구름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그것은 끝내 나를 따라잡았고 결국 나의 평야를 완전히 뒤덮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예전의 가느다란 실비가 아니라 짙은 색깔만큼이나 거센 빗줄기였다.
그 비는 멈출 줄 몰랐고 밤에도, 낮에도, 쉼 없이 내렸다.
비는 옷을 적시고 깊이 파고들어, 결국 마음까지 젖게 만들었다.
나는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 평야엔 그 비를 피할 단 한 곳도 없었다.
나무 하나 바위 하나 없는 이 광활한 곳에서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모든 빗방울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내가 사랑하던 푸른 잔디도 점점 색을 잃었다.
비에 젖고 눌리고 결국 무너져 내려 나의 발아래엔 푸름 대신 무기력한 흙빛만이 남았다.
이따금 잔디 위에 엎드려 보기도 했지만,
그 온기 없는 땅은 아무 위로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잔디는 다시 피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나는 드넓은 평야 위에 있다.
이 거센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