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필
나비는 완전변태를 겪는 곤충이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먹고 자라기만 한다.
이 시기의 애벌레는 성장만을 위해 존재하기에, 앞만 보고 하루 종일 잎을 갉아먹는다.
몇 번의 탈피 끝에, 애벌레는 멈춰 선다.
움직임과 먹는 일마저 멈춘다.
그리고 번데기.
겉으로 보기엔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다.
세포 사멸이 일어나기도 하고 주요 기관이 재형성되며,
애벌레였던 흔적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더 멋진 미래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다.
번데기를 깨고 나온 나비는 처음으로 날개를 단다.
그 날개는 젖어 약해서, 한동안 햇빛 아래에서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마르고 나면, 세상은 이제 발아래에만 있지 않다.
나비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고, 비로소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모른다.
애벌레처럼 변화 없는 하루 속에 있는 건지,
번데기처럼 그럴듯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건지.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조차 확신이 없다.
지금 이 시간도 언젠가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 난 번데기일 거야.”
그 말을 믿고 버티기엔, 요즘의 나는 너무 희미하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여전히 멀고,
나는 과연 그 모습에 닿을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한참 부족하다는 것만 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긴 한 걸까.
정말 그럴까…?
아직 보이지 않아도, 어쩌면 깊은 곳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오늘을 살아내며,
이 시간이 결국 성장을 위한 것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단지 멈춰 있는 존재가 아니라,
아직은 날개를 기다리는 존재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