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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 운전자가 10대 소녀를 죽였다"

정해연의 『드라이브』를 읽었다

by Sunny Story

드물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내 삶에서

라이브(생방송)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운전대를 잡은 손과 발

이 제 역할을 다해서 모두에게 안전한 드라이

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전 언제까지 드라이버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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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책표지에 검은색으로 그려진 자동차, 그 위에 적힌 흰색 제목 『드라이브』는 한 손에 잡히는 조금은 작은 크기의 책이다. 대한민국의 스릴러 소설 작가인 정해연의 소설이다. 그는 2013년 장편소설 『더블』로 등단했다. 2019년작 『유괴의 날』은 일본어 번역판이 출판되기도 하였으며, 2023년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드라이브』는 책 넘김부터 스릴러의 요소를 풍긴다. 앞에서부터 읽다가 중간에서 1부가 끝나고, 책을 뒤집어서 다시 페이지를 넘겨야 2부가 시작된다. 1부는 중학생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엄마 김혜정의 이야기다.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가 감정을 압도한다. 순간순간 혜정의 절망과 분노가 독자의 가슴을 툭툭 건드린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뒤집어 다시 읽는 2부의 제목은 ‘노균탁’이다. 그는 교통사고를 낸 70대 운전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하나의 사건을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글의 시작은 다르나,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균탁은 혜정에게 고개 숙여 말한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죄를 사죄하고 살겠습니다.”(p.50)

혜정은 균탁에게 절규하며 말한다.

“얼마나 반짝이면서 살아갔겠어! 자기 일을 하면서 살았을 거야. 그 애가 이 나라에 어떤 일을 해줄 줄 알고! 그 애가 어떤 사람이 됐을 줄 알고? 그 애가… 그 애가…. 그 애가 낳았을 아이는 또 얼마나….”

혜정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이 노인이 빼앗았다. 사죄하고 살겠다는 이 노인의 시간을 빼앗아 연희에게 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p.51)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불행한 사고가 양쪽 모두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드라이브』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 그 여운이 깊게 남는다.


뉴스에서 종종 보도되는 ‘급발진’ 교통사고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3년 급발진 주장 교통사고는 117건으로 4년 만에 2배로 급증했고, 그중 60대 이상 운전자가 82%였다. 하지만 실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으며, 대부분은 ‘페달 오조작’으로 판정되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운전을 한 지 20년이 넘은 나는 속도를 즐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제한 속도와 카메라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비게이션과 전자 제어 장치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가끔 자생력을 가진 생명체 같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에구구” 소리를 연발하면서 관절에 기름칠하는 내가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자율 주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로 위에서 더없이 편리한 자동차가 고맙고 무섭다.


정해연의 『드라이브』는 단순한 사고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삶이 파괴되는 교통사고라는 현실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지만, 동시에 운전이라는 행위의 무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운전자가 아닌 독자에게도 이 책은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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