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세상을 바꾼 동화
영화 '샬롯의 거미줄'에서 새끼 돼지 윌버는 밀 보리 농장에서 아주 약하게 태어났다.
처음 농장에서는 동물 친구들이 하나 둘 있었지만 우리를 옮기면서 외롭다.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샬롯과의 만남은 그에게 삶의 큰 전환점이 된다. 샬롯은 아주 작고 조용한 거미지만 윌버의 고민거리를 듣고 요모 조모로 이야기하며 도움을 준다. 윌버도 그녀의 지혜를 알고 차근차근 천천히 따라 배우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다.
몸이 약한 아기돼지 윌버는 엄마돼지의 젖이 부족하여 먹지 못한다. 새끼는 열한마리인데 젖꼭지는 열개뿐이라서, 윌버는 엄마젖을 차지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런 윌버의 미래를 걱정하며 내치려는 부모!
윌버를 구하기 위해 펀 에러블은 학교도 안가고 간절한 마음으로 애원한다.
"나도 작게 태어났으면 죽였겠네요? 너무나 잔인해요."
"아기와 돼지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니? 새끼는 11마리인데 엄마돼지의 젖꼭지는 열 개란다."
윌버를 인간으로 묘사하며 죽을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다. 윌버에게 아침저녁과 간식으로 우유를 꼬박꼬박 먹이며 정성을 다해 돌본다. 밤마다 목욕도 시키고 운동도 시킨다. 식사 시간을 놓칠세라 학교로 데려가 책상 속에 넣어두고 수업 시간에 우유를 준다.
"조용히 해. 들키면 혼난단 말이야!"
선생님과 아이들은 놀라 자빠지지만 태연하게 대처한다.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갔던 우리네 언니들과 같은 처지다. 학교에 불려온 엄마가 언제 철들려고 그러냐며 혼내지만 윌버와의 꿋꿋한 사랑은 변치 않는다.
침대에서 함께 자며 엄마가 어렸을 때 불러주었던 자장가를 윌버에게 불러준다. 쌔근쌔근 잠든 윌버는 편안하다. 윌버가 자라자 우리가 작아서 삼촌네 농장으로 보내진다.
삼촌의 농장에서 거미 샬롯을 만나 친해지지만 펀이 보고 싶다. 농장의 주변 동물들이 시키는 대로, 자신을 둘러싼 허름한 울타리 쪽을 머리로 쳐서 빠져나가려 하지만 두려움에 탈출은 실패한다. 다시 헛간의 저장고에 갇혀 늦은 밤, 혼자서는 잠들기도 어렵다. 잠을 청하지만 잠 못 들고 괴로워하며 도와달라고 애원하는데 거미 샬롯이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꽁무니에서 거미줄이 쑥쑥 빠져나오는 모습을 처음 보는 윌버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샬롯은 그런 윌버의 눈을 보며, 사랑에 빠진다. 건강하게 잘 자란다.
마치 20개월 된 손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을 샬롯이 읽은 것 같다. 천장에 사는 거미의 특별한 기적을 쓴 E.B. 화이트도 손자를 생각하며 동화를 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손자가 조금 더 자라면 이 가슴 따뜻한 동화를 들려줘야겠다.
헛간 저장고에 갇힌 통통한 윌버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진정한 친구인 샬롯은, 윌버를 구하기 위해 꾀를 생각해낸다. 바로 거미줄에 글자를 쓰는 일이다. 처음에는 '대단한 돼지'라고 썼다. 그러자 주커먼 일가는 물론이고,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윌버는 신이 내린 존재이며 기적이라고 칭찬한다. 윌버는 샬롯에 거미줄에 의해 구해지고, 이를 계기로 윌버와 샬롯은 더욱더 가까워진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대단한 돼지'라는 글자에 싫증을 보이자, 새로운 단어를 찾는다. 이때 동물들의 회의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샬롯이 이번에는 '멋진 윌버'라고 거미줄에 쓴다. 사람들은 다시 기적이 일어났다며 좋아하고 윌버는 위기를 또 모면한다. 샬롯과 윌버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서로 칭찬한다. 친구가 되어 행복하다며 마주보고 웃는모습을 보며 나도 따라 웃는다. 특히 샬롯이 거미줄은 기적이 아니라 너를 본 대로 표현했을 뿐이라며 진짜 기적은 바로 윌버라며 보듬는 장면이 애틋하다. 마치 늙은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안는 그런 표정이다.
다를 관객은 엄마라고 하겠지만!
이후, 계속 글자가 바뀌자, 주커먼은 윌버를 품평회에 출품한다. 이 장면에서 주커먼네 식구들이 품평회 전날 밤 각자 꿈을 꾸는데, 그 꿈 내용도 재미있다. 펀은 윌버랑 재미있게 노는 꿈, 호머는 농장의 집채보다 더 커진 윌버가 품평회 그랑프리를 차지해서 품평회 스태프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윌버 목에 메달을 걸어 주는 꿈을 꾸었다.
'꿈이 현실이 되기를!'
품평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윌버는, 분명히 자신은 대단하지도, 멋지지도, 빛나지도 않는 돼지라 생각하며 함성과 박수 소리에 기절한다. 심사 위원은 죽은 돼지에게 상을 줄 수 없다며 외면하니 템플턴이 윌버의 꼬리를 물어서 깨운다. 위기를 모면했다.
샬롯이 윌버를 만나는 동안 먹지도 못하고 수명까지 다해 이젠 자주 아프다. 윌버는 템플턴에게 샬롯의 알들을 헛간으로 옮겨 달라 부탁한다. 알들이 무사히 옮겨지는 걸 본 샬롯은 윌버와 인사한 뒤 품평회가 끝난 날 밤 숨을 거둔다. 그녀의 시신은 품평회장에 버려지지만 알들은 무사히 옮겨지고 부화에 성공한다. 샬롯의 새끼들은, 윌버에게 인사하고 풍선을 만들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그중 몇 마리는 헛간 저장고 문틈에 남는다. 윌버는 농장의 자랑거리가 되어 무사히 살았고, 샬롯의 후손들은 태어날 때마다 날아가지만, 몇 마리씩은 꼭 남아 윌버와 계속 산다.
서로 다른 종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우리 인간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들은 서로 결점을 감싸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받아들였다. 이는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농장 사람들에게 윌버의 특별함을 알리기 위한 문구를 거미줄에 계속 새긴 샬롯의 헌신이 시각적으로 드러나 윌버를 구하는 우정을 보았다. 샬롯의 노력은 사랑이었다. 시간과 생명을 소모하며 친구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헌신이었다. 크기도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존재지만 농장 사람과 동물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누군가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깊은 의미를 준 영화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크기나 힘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랑과 헌신이다. 진정한 친구는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한다. 자신의 생명을 다해 친구를 돕는 헌신을 보여 주는 샬롯, 그 영향은 농장 전체에 전해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의 우정이 행복한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얼마 전 읽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의 분위기를 생각한다.
결말은 조금 다르지만, 깊은 결은 같다. 둘 다 약한 동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알을 낳는 도구로만 여겨지던 암탉 잎싹과 태어나자마자 죽을 운명의 새끼 돼지 윌버, 그리고 작은 거미 샬롯은 힘도 없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존재였는데 기적을 안겨 주었다.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었는데도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된다.
잎싹은 알을 낳는 기계에서 엄마가 되기를 선택했고 샬롯은 자신의 글로 윌버의 생명을 구하기로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선택하여 자신을 톡톡히 증명해낸다.잎싹은 초록머리를 위해 끝까지 자신을 내주고 샬롯은 윌버를 살린 뒤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이런 희생은 우리에게 담담하게 깊이 남는다.
사랑이란, 남기는 것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로 죽음을 숨기지 않는 두 작품 모두 죽음을 피하지 않고 생의 끝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동안 울컥 울컥 눈물이 난다. 작은 존재들이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아이들이 보면 더욱 오래 기억할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동화, 엄마와 친구와도 좋은 동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우리는 죽어도, 생명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진다.
전주에서 보았던 김갑련 작가의 '이음'을 다시 감상하고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