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물 떨어지는 에어컨을 바라보며
TV를 보는데 무릎이 물이 떨어졌다.
집 천장을 보니 시스템 에어컨에서 물이 간헐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안 틀 수도 없고 골치아프게 생겼다.
곧바로 AS 신청을 했고 며칠 뒤 수리기사님께서 방문하셨다.
이것저것 뜯어보시더니 에어컨에는 이상이 없다신다.
결론은 결로였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8층짜리 빌라의 8층.
그리 높지는 않다만 나름 꼭대기층이다.
옥상이 햇빛을 고스란히 받은 탓에 집 천장이 달궈져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하필 에어컨이 천장형 에어컨인지라 그 달궈진 천장 안에 매립돼 있는 상태.
냉기가 나가는 부분과 천장 내부의 온도차가 극심하니 에어컨 내부에 물이 생겨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에어컨을 잠시 끄고 부채질에 의지하게 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결로가 맺힐 때가 있다.
학창시절 학교 대표로 농구 대회를 준비하게 됐을 때가 그랬다.
나는 주장으로서 우리 팀의 승리가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매일 단체 체력 훈련과 작전 연습을 이끌며 모두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었다.
내 노고를 알아주지는 않아도, 다들 성장하고 있으니 나처럼 즐거울 줄 알았는데
친구들은 그게 아니었다.
그저 함께 공놀이하는 게 즐거워서 모인 아이들이었다.
이렇게까지 땀을 뚝뚝 흘리고 작전을 복기해가면서까지 농구를 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이른바 '행복 농구'를 추구했던 친구들에 비해 나는 너무 뜨거웠다.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불쾌한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자존심 같은 것들은 뜯어내고 속내를 공유한 덕에 우리 팀의 결로 현상은 금방 잡혔다.
농구에 대한 열정의 정도를 맞추고 나니 이전보다 더 행복했고 경기도 잘 풀리곤 했다.
날이 너무 덥다.
이상기후야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천벌이라 할 수 있지만
관계에서 생기는 온도차는 충분히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덥든 춥든, 서로의 온도차를 알아보는 이해심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