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즐겁기 때문에

K 문화 열풍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by 나를찾는글

농구를 처음 시작한 건 약 20년 전이었다. 원체 마른 체격에 스포츠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굉장히 사소한 이유로 농구에 푹 빠졌다. 같은 학교 친구들이 농구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다는 게 그 이유였다. 딱히 적극적으로 권유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기들끼리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 갖고 깔깔대고 노는 게 즐거워 보였다. 그렇게 구경하다 덩달아 슈팅 몇 번 해보다, 인생의 반 이상을 농구를 하며 살게 됐다. 친구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이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것이다.


요즘 부쩍 'K 문화' 열풍이 거세다. 학창 시절 배웠던 '한류 열풍'보다 몇 배는 강한 듯하다. K-Pop은 물론, 컵라면, 한국 전통 문양, 노래방, 찜질방 등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집약해 보여준 한국의 것들에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K 문화 열풍은 한국인의 '셀프 즐김'에서 비롯됐다. 문화의 주인인 한국인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우리의 문화를 애정하는 모습을 보고 세계가 한국 문화에 매료된 것이다. 누군가 무엇을 진심 다해 즐기는 모습을 보면 눈길이 가고 나도 한번 맛보곳 싶어지지 않은가. 떼창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람들의 '저들끼리 신나게 노는 모습'에 전 세계가 빠져들어 같이 놀기 시작한 게 바로 K 문화 현상이다.


한국의 즐김 행태는 크게 공유와 변주로 나타난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김장이 대표적인 공유, 나눔의 에이다. 이집저집 갖가지 재료를 들고와 함께 김치를 만들고 노나 먹던 정신이 해외로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인의 매운맛, '붉은 반도체' 불닭볶음면을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하고 메론맛 아이스크림과 바나나맛 우유, 배음료를 선물한다. "이것 좀 먹어봐"하며 나누며 즐기는 모습에 세계가 반응한 것이다. 우리가 재밌으니까. 옆에 있던 친구에게 "너도 같이 놀래?" 하고 무심하게 툭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것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는 끊임없이 변모하며 매번 또다른 새로움을 선사한다. 이것이 한국인이 문화를 즐기는 두 번째 방식, 변주다. 출시된 지 40년이 지난 너구리는 짜파구리로 재탄생했다. 같은 가사라도 자진모리, 진모리, 휘모리 등 다양하 장단으로 바꿔가며 아리랑을 부르던 우리 선조들의 '리메이크 본능'이 세상에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저것 새롭게 추가하고 마음껏 가지고 노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 늘 새로움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모든 것에 K가 늘 앞에 붙는다. 이 K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의 '셀프 즐김'이 계속돼야 한다. 해외가 반응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우리의 것을 우리가 즐기고 사랑한다면 K 열기가 뭉근하게 이어질 수 있다. 내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진리와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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