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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May 13. 2022

16년째 육아중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간 가끔 아이의 카톡을 본 적이 있다.

내용을 자세히 살핀 건 아니지만 누구와,몇 시까지 대화했는지 너무 궁금해 슬쩍 보곤 했었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 이었다.

그러다 아들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날 이후로 난 도저히 아들의 핸드폰을 염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 내 아들'이 아닌 '남의 남자'가 된 것 같은 오묘한 기분에 더는 몰래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그래선 안 되는 거라 여겨졌다.


그래서 아들의 연애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잘 지내는지, 뭘 하는지.

여자친구가 생겼지만,아들은 평상시처럼 카톡만 주고 받을 뿐이고 주말에 놀러 나가는 일도 늘 무리와 함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러면 여자친구가 싫어할 텐데 생각도 들었지만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제 앞가림 제가 알아서 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은 서운했다. 그리고 심란했다.

딸처럼 살갑던 아들 녀석이 이제 내 품을 떠나 누군가의 '남자친구'가 된다는 사실이 서운했고, 공부를 해야 하고 더 많은 친구와 놀아야 할 시기에 덜컥 연애를 하겠다고 선포하는 녀석의 豪言에 조금은 심란했다. 아들의 학습이나 생활은 주로 '엄마 주도' 로 진행되어 왔기에 내 코치가 없이 잘 해낼까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내 걱정이 단순한 기우이기를, 지금껏 자라오며 엄마의 걱정을 비웃듯 더 훌륭하게 해 왔던 것처럼 해낼 거란 믿음도 차올랐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 쿨하지 못한 엄마라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다.

겉으로는 뭐든 오케이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에도 전전긍긍 사서 걱정을 하는 모습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난 정말 어쩜 이리도 못난 걸까.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제 나이에 걸맞은 또래 문화를 잘 적응해 나가고 있고, 그 사이에서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건 어릴 적 아이가 스스로 신발을 신을 때까지 기다려줬던 만큼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너와 나의 관계를 처리할 수 있는 나이스한 남자가 되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기만 하면 된다.

생각보다 쿨하지 못한 엄마라 부끄럽지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나도 조금은 더 기다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육아 중이다. 그리고 배우는 중이다. 

아이의 성공적인 독립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나 역시 계속 성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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