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5학년 때의 일이다.
동네 수학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날도 오늘처럼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집 앞 상가이니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 우산을 들고 학원으로 갔다. 원장님이 날 보시더니 환하게 웃으신다.
"어머니, OO가 걱정 많이 했어요. 엄마가 안 오시면 어쩌나 하고요."
외동을 키우면서 하나 다짐했던 게 있다. 나약하게 키우지 말자. 다 들어주면서, 모든 편의를 봐주면서 키우지 말자. 솔직히 귀차니즘에 빠진 엄마가 깔아놓은 포석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아이를 좀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준비물을 가져가지 않았으면 친구에게 빌리거나 벌을 받거나 스스로 해결하길 바랐다.
하지만 갑자기 내리는 비는 달랐다. 특히 이런 폭우는 더.
아빠가 군대에서 예편한 뒤로 엄마와 사업을 하셨다. 그래서 늘 바빴다. 오후에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우산을 들고 날 찾아오는 엄마는 내 기억 속에 없다.
중학교 때, 정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중학생 정도 되면 엄마들이 우산 마중을 잘 나오지 않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그날 교문 앞은 꽤 많은 부모님으로 붐볐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없었다.
친구가 같이 쓰고 가자고 했지만 그러면 친구나 나나 다 젖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뛰었다.
폭포처럼 쏟아지던 비를 온몸으로 다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기억 때문일까.
아이가 놓고 간 책이나 준비물은 가져다주지 않으면서도 비가 오면 우산 마중은 꼭 나갔다.
그건 해주고 싶었다. 그날 비를 맞고 집에 오는 게 되게 서럽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아이에게는 그날의 나처럼 비 오는 거리를 뛰어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비가 온다.
비가 올 거라는 뉴스 예보를 보고 분명 우산 챙기라는 말을 했는데, 대문을 나가는 순간 말을 하지 않아서였을까.
학교에 도착한 아들에게 카톡이 왔다.
"헤헤, 우산 놓고 왔다."
하교 시간이 한 시간 남았다. 나는 과연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 것인가?
머리가 굵어진 중3 아들은 얼마 전 공개 수업 때도 오지 말라 신신당부했었는데... 우산 마중을 나가면 싫어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나가고 싶다.
나가도 될까? 그래도 될까?
母亲像一把巨大的雨伞,为我遮风挡雨,让我平平安安、幸福快乐!
엄마는 거대한 우산 같아. 내가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비바람을 막아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