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석폰(手不釋phone)이 일상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종이신문은 끊을 수가 없다. 통역을 공부할 때 부족한 한국어를 보완하기 위해 하루에 꼭 두 종류의 신문을 읽던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여전히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읽는 게 편하다. 핸드폰만 열면 그날의 핫이슈가 줄줄이 나오고 검색을 통해 내 입맛에 맞는 기사를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내 모든 지식의 베이스는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비롯된다.
나는 종이신문의 힘을 믿는다. 자세한 기사 내용과 더불어 관련 도표나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와 가독성이 좋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접할 수 있고, 사설이나 시론은 여러 사람의 생각(대부분은 나와는 다른)을 읽을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면 내가 원하는 기사만 클릭하게 되지만 신문은 한 장 한 장 넘겨야 하므로 딱히 관심이 없는 분야도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정독하지 않더라도 사진이나 도표라도 보다 보면 단말기로 기사를 스킵하며 읽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내 부족한 한국어를채우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신문은 이제 나와 아들의 소통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신문에서 받은 도움이 워낙 큰지라, 처음에는 아들의 국어 실력 향상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나름 엄마표 NIE (Newspaper In Education)를 염두에 두고 신문을 읽게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린이 신문을 읽던 아들은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내가 보는 신문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신문을 들고 통독을 하는 건 아니고 내가 몇몇 기사를 오려주거나 연관성 있는 기사와 사설을 묶어주면, 아들은 그걸 읽고 모르는 단어를 찾는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신문을 읽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시간이 빠듯해졌고 시험 기간에 신문을 읽는 건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이렇게 방학이 되어서야 매일 한두 개의 기사나 사설을 읽을 여유가 생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아직은 큰 거부반응이 없이 잘 읽고 있지만 오늘처럼 나의 딥빡을 부르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이가 찾아놓은 단어를 보면, '헉, 이런 단어조차 모르나?' 하며 내심 놀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신문을 읽는 게 국어 실력 향상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얼마 전, 아들이 제 아빠와 밥을 먹다가 일본이 하계 올림픽을 미루는 데 주저했던 이유를 경제적 이유 말고 중국을 의식한 정치적 이유를 대며 설명할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내가 스크랩해줬던 기사에 나왔던 내용이었다. 오래전 기사였지만 나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이라 기억하고 있던 참이었다.
생각해보니 가끔은 아이와 기사를 바탕으로 한 주제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을 때나, 학원 라이딩을 할 때 우리가 읽었던 신문의 내용으로 짧은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래 뭐,
어휘 좀 부족하면 어떻고, 국어 실력에 도움이 안 되면 어떠하랴. 사춘기 아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다양한 일들을 알게 하고, '공부해라, 학원가라'의 지루한 일상의 대화가 아닌 신선한 소재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신문 읽기는 꽤 괜찮은 일 아닌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AI 시대에 종이 신문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실제로 신문 지면의 크기가 축소되거나 페이지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메이저 신문사의 경우 지역마다 배급 센터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의 센터에서 여러 신문을 취급한다. A라는 신문을 끊고 D라는 신문을 신청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센터인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신문 배급 센터가 없어지기 전까지, 나의 지식 충전과 가족 소통의 범주를 넓히기 위해 신문 구독은 계속되지 싶다. 아, 덧붙이자면 남편이 수족관 물을 갈 때도 신문'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난 가위를 든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찾아 가위질을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신문은 아이가 세계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창구이다. 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며,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이가 알고 싶어 하는 유익한 정보를 전부 다 알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