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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l 22. 2022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减肥,其实是一件最容易的事。



돌 맞을 각오 하고 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살면서 다이어트가 가장 쉬웠다. 살 빼는 게 참 쉬웠다.

허허. 들린다. 돌 날아오는 소리가.


난 꽤 통제적인 사람이다.

내가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고, 그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어떤 면에서는 최악인 거 안다. 근데 결혼 전에는 몰랐다. 이건 내 삶의 방식이었고, 오히려 이런 내 일상의 룰 때문에 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

연애 때도 몰랐다. 나에게 홀딱 빠진 남편은 나의 말에 죽는시늉도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이 부분은 철저히 과거형이다.)


난 내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결혼 후 삶은, 특히 육아의 삶은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통제가 일상인 나에게 모든 상황은 내 의지와 다르게 굴러갔고, 유연한 사고에 서툰 나는 그 사실이 버겁고 하루하루가 좌절이었다. 하지만 가족들도 괴롭기는 매한가지. 남편과는 늘 부딪혔고 아이에게는 불안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이가 일곱 살 때쯤.

여전히 출산 후 군살이 남아있고, 그냥저냥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던 시절,

1일 1식을 포함한 간헐적 단식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이거다. 1일 1식. 식욕을 통제하는 다이어트 방식이라면 할 수 있겠다.


결심은 빨랐고 실천은 단호했다.


나는 1일 1식을 칼같이 지키며 내 몸무게를 '통제'해 나가기 시작했다. 감정에 대한 통제는 어려웠는데 식욕에 대한 통제는 의외로 수월했다.

성과는 금방 드러났다.

솔직히 다이어트 전에도 살집이 많은 쪽은 아니었기에 출산 후 방치한 군살 정도는 두 세 달 만에 가뿐히 빼버렸다. 날씬해진 내 모습에 날 만나는 사람들마다 토끼 눈을 뜨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시작된 또 하나의 미라클.

몸무게를 통제하고 나니 희한하게도 주변에 관대해졌다.

나의 통제욕이 나에게로 향하자 남편과 아이에게 가는 관심이 줄었고, 우리 가족은 숨통이 트였다. 나도 살만했고 남편도 아이도 편해졌다.

남편과의 마찰이나 과속방지턱처럼 튀어나오는 육아의 돌발상황들에도 나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내가 날씬해지고 입고 싶은 옷을 다 입게 되니 마음속에 부처님이 들어앉은 기분이었다. (아, 나는 천주교 신자이다.) 자비로워졌다. 적어도 내 몸무게 하나는 내 맘대로 되고 있어서였을까,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상에 전처럼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다이어트는 삶의 슬럼프가 왔을 때 나 자신을 수렁에서 건질 수 있었던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게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다이어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물론 1일 1식은 불가능하고 하루 두 끼는 충실히 먹고 있지만 몸무게는 잘 유지되고 있다.


나의 이런 모습에 친구는 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못살게 구는 거냐며, 자기 자신과 친하게 지내라는 농담조의 조언도 건넨다. 그럴 때마다 난 그나마 날 좀 괴롭혀야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날 혹사해 주변이 평화롭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맞받아친다. 근데 그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 몸뚱이 하나라도 내 맘대로 통제하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나 주변 환경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관대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한 가정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과 살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테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육아라는 게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내가 노력한 만큼 아이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아이를 채근할 필요도 없고,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난 그걸 몰랐었다.


다이어트는 나에게 단순 몸무게를 줄이는 작업이 아니었다. 저 간단하지만 심오한 진리를 깨닫는 여정이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더는 원망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단언컨대, 난 다이어트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정신이 건강해지고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날씬해져서 기분이 좋았고, 그러다 보니 밝아졌고, 너그러워졌다.


역시,

다이어트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


앜. 또 들린다.

돌 날아오는 소리.


减肥需要持之以恒的毅力。   

jiǎn féi xū yào chí zhī yǐ héng de yì lì 。

다이어트에는 꾸준히 지속해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减肥贵在坚持。

jiǎn féi guì zài jiān chí 。

다이어트의 관건은 꾸준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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