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 종강 후 연휴에...
지난 봄학기 종강 이후 며칠을 쉬게 되었다.
계획 없이 쉬다 보니 너무 무료했고, 내가 게을러진 건지, 아니면 정말 피곤했던 건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상 위엔 늘 그림 그릴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이럴 땐 차라리 그리기를 포기하고 자료를 정리하거나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게 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긴 휴일동안 너무 쉬고만 있는 기분이다.
주변 작가들이나 회원분들, 선생님들은 모두 장미를 그리러 다니느라 분주한데,
나는 마음만 분주할 뿐 붓조차 들지 못했다.
그러다 손녀를 보러 종로에 나갔다가 열린 송현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역시, 한 시간 만에 서둘러 그려선지 썩~마음에 들지 않았다.
억지로 실적을 채우듯 그리는 그림은 어딘가 어색하다.
스케치 한 장을 망치 고나서야 결국 다시 마구마구 그려냈다.
시간이 부족해 서둘러 완성하고 집에 와서 펼쳐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
급하게 휘둘러진 붓질, 불안정한 마음가짐으로 완성한 그림이지만, 그것 또한 나름의 색깔이 묻어났다.
어수선한 마음이 고스란히 표현된 것 같아서, 이상하게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