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여유 있게

나 홀로 어반

by 어반k


지난 주말 어반스케치 작가 지니샘 전시에서 눈 호강을 잔뜩 하고 나왔는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저녁엔 지인 결혼식 참석을 해야는데 애매하게 긴 공백

이럴 땐 고민할 필요 없지~ 전철 타고 그림 사냥


시청역에 내려 카페 라이크디즈 1601 으로 직행.

전시장에서 만난 스칼렛샘이 “인왕산 뷰 맛집이에요”라며 찜해준 곳이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는 걸 확인한 순간, 커피 한 잔, 쿠키 하나, 그리고 스케치북 오픈.

준비 완료다!





단체로 북적이며 그릴 때는 또 그 맛이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혼자 홀로어반 모드 ON.

잡음은 줄이고, 연필 소리는 키우고, 그런데 창밖을 보는 순간 살짝 후회했다.

건물 또 건물 그리고 건물...

내가 은근히 피해 다니는 대상 1순위, ‘도시 원경’


나는, 반듯한 창문이 수십 개 모여 있는 풍경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이건 스케치라기보다 체력 단련에 가깝지 않나? ㅎ

그래도 시간은 넉넉하니 도망칠 구실도 없었다.


메인을 잡고. 중심을 세우자.

눈에 들어온 건 배재학당. 좋구나~!

배재학당을 축으로 인왕산 자락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밀어 올리듯 그려나갔다.

하나, 둘, 셋 창문이 늘어날수록 집중력도 같이 늘었다.



고개를 들었더니 두 시간이 훌쩍.

평소 1시간 컷 하던 내가 오늘은 거의 장기전. 도시가 나를 시험 본 느낌이다.

결혼식장 갈 시간이 다 되어 채색은 과감히 다음으로 넘기고

정리하며 문득 오전에 본 지니샘 그림이 떠올랐다.

그렇게 가볍고 시원하게 표현하셨는데, 나는 또 디테일의 늪으로 풍덩~~


하지만 깨달음도 있다.

모든 그림이 다 가볍게 날아야 하는 건 아니고, 모든 그림이 다 촘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상에 따라, 그날의 마음에 따라서 어떤 날은 산들바람처럼

어떤 날은 낡은 벽돌 한 장씩 쌓듯이...





전시도 보고 홀로어반도 하고 저녁엔 결혼식참석까지.

그림도 인생도 참 바쁘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나는 여전히 그리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도시의 창문 수만큼 끈기는 늘고 있다는 것~!


그림 한 장!

경험 한 장!

다음 스케치북을 펼칠 핑계가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