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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Nov 13. 2015

네팔의 문화

띠할(Tihal) 혹은 디왈리(Diwali)

오늘부터 네팔의 작은 명절인 티할이 시작되고 네와리 족의 새해가 시작된다. 오랜 시간을 네팔에 살면서 힌두문화에 젖어서일까 고향 찾는 이들을 보면서 나도 고향이 그립다. 이런저런 바쁜 일로 더사인 큰명절에 고향으로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 선물 보따리를 들고 고향으로 나서고 있다. 고향은 언제나 그리움을 가득하게 한다.


[티할(Tihar) 혹은 디왈리(Diwali)]

- 럭치미(Laxmi) 여신의 빛 축제 -

 

 5일 간의 티할 축제는 네팔의 추수 계절인 10월이나 11월 초에 행해진다. 티할의 문자적인 의미는 ‘빛의 행렬’이라는 의미이며, 불빛으로 거리와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티할의 주된 전통이지만, 사실 이 축제는 여러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티할에는 부의 여신인 럭치미를 경배하고, 자기 자신의 몸 또한 경배한다. 그 다음으로는 신성한 동물인 암소를 숭배할 뿐만 아니라, 저급한 동물인 개와 불길한 동물 까마귀, 가정의 돈궤와 각 가정의 형제들을 경배한다. 티할 기간 동안 사람들은 죽음의 신의 비위를 맞추고, 네팔력의 새해가 시작되며, 오락과 방탕이 허락되는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도박을 즐긴다.


5일 동안, 특히 럭치미 뿌자가 있는 세 번째 날에는 모든 집과 사원은 다양한 불빛으로 장식된다. 집 출입구의 길에서는 램프가 계속 타오르고 있어야 하며, 모든 문간과 창문, 계단, 그리고 화덕도 불빛으로 장식되어야 한다. 이웃은 빛을 사랑하는 여신 럭치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앞 다투어 더 아름답게 집을 장식하려 한다.


럭치미는 비슈누(Vishnu)의 아내이며 천상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부와 행운의 여신이다. 럭치미는 보석왕관이나 꽃 화환을 쓰고 빛나는 보석과 꽃, 쌀을 팔에 안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신들이 바다를 휘저었을 때에 바다 밖으로 나온 럭치미는 신성한 조개를 안고 있기도 하며, 활짝 핀 꽃들이나 돈이 넘쳐나는 돈궤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네팔인들은 이 아름다운 여신을 숭배하기 위해 제물을 바치고 우상에 경배하며, 특히 티할 기간 동안에 더욱 그러하다.


티할의 밤에 럭치미는 올빼미를 타고 돌아다니며 그녀를 위해 깨끗이 치우고 아름답게 불빛을 밝힌 집을 찾아다닌다. 만약 그 집이 마음에 들면 럭치미는 이후 일 년 동안 그 집의 돈궤와 곡식 궤를 지켜주고 번영하게 해준다.


 티할 기간에 사람들은 럭치미 여신을 충실히 경배하여 큰 힘을 얻게 되었고, <Netherworld>라는 왕국까지 얻게 된 고대 왕 발리(Bali)를 상기한다. 또한 티할과 관련하여 문간과 침대 주위에 럭치미를 위한 불을 계속 밝히면 뱀에 물려 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던 또 다른 왕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뱀이 다가왔을 때 왕비는 지혜를 발휘하여 뱀에게 아부를 하며 왕의 죽음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결국 불이 꺼져 왕이 죽자, 왕비는 다시 한 번 뱀을 꼬드겨 왕의 영혼을 죽음의 신인 야마(Yama)에게 데려가게 했고, 야마에게 가서 왕의 목숨을 다시 살려달라고 청한다. 야마는 생명책에 그 왕의 목숨이 ‘0’으로 적혀있는 것을 읽고 그 청을 거절하지만, 영리한 뱀이 숫자 7을 0앞에 끼워 넣었고, 야마는 왕에게 70년의 목숨을 더 준다. 새로운 목숨을 얻게 된 왕은 그가 임종할 당시에 있었던 불빛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왕국에서 매년 빛의 축제를 거행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하현달 13일에 시작되는 티할 축제는 Panchak Yama, 혹은 “야마를 위한 5일”이라 불리기도 한다.


티할의 첫 번째 날은 Kag Bali라고 불리며 야마의 심부름꾼인 까마귀를 경배하는 날이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위해 나뭇잎으로 만든 접시에 음식과 동전, 향과 기름, 등불을 피운다.


티할의 두 번째 날은 애완동물이자, 거리를 배회하는 더러운 동물인 개를 숭배하는 날이다. 개는 야마의 문을 지키는 동물이기 때문에, Swan 혹은 Sho Puja로 불리는 이 날에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개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주의를 준다. 이날 사람들은 개의 이마에 티카를 찍어주고, 꽃 화환을 걸어주며, 그날 하루 동안 왕처럼 먹인다. 개는 가정과 마을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네팔인들은 일반적으로 개를 천한 동물로 여기고 멸시한다.

 

  티할의 세 번째 날인 럭치미 뿌자는 티할 중 가장 중요한 날이며, 사람들은 아침에 신성한 암소를 경배하고 밤에는 가족이 함께 모여 부의 여신을 숭배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암소는 럭치미 여신의 눈에 보이는 현신으로 신성한 동물로 숭배를 받아왔고,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 -우유, 응유, 버터, 그리고 똥을 공급해주는 ‘땅의 어머니’로 여겨져 왔다.


또한 소를 바치는 것은 가장 거룩한 제물이다. 따라서 독실한 신심, 신성한 소, 화폐 제물, 그리고 부의 여신은 하나의 의미로 통한다.

  

아침에 소는 깨끗하게 씻겨지고, 그들의 이마에는 진홍색, 뿔과 꼬리는 빨갛고 노란 티카로 칠해지며, 목에는 화환이 걸린다. 사람들은 소에게 금잔화, 단것, 과일을 바친다. 숭배자들은 그들의 이마를 소의 몸에 데고, 소의 발에 절을 하고, 무릎으로 소의 배 밑을 기어간다. 또한 사람들은 3개월 전에 그들의 팔에 감았던 신성한 노란색 실 ‘락샤’(raksha) 를 풀어 소의 꼬리에 묶는데, 이 때 그들은 죽음이 찾아올 때 신성한 소가 자신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해주기를 기도한다.


한편 집들은 붉은 진흙과 소똥으로 구석구석 칠해지고, 집의 문간과 길목, 출입구들은 럭치미의 방문을 맞이하기 위해 등불과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진다. 때로는 럭치미가 가는 길을 신성하게 하기 위해 집의 입구부터 돈궤가 있는 장소까지 하얀 쌀 가루로 길을 만들기도 한다.


이날 밤, 모든 집에서는 그 집의 남성이 부의 여신에게 올리는 뿌자를 행한다. 꽃으로 장식된 우상이나, 럭치미의 그림이 종교적인 유물, 보석, 돈 혹은 수표가 들어있는 집의 보석함 앞에 놓여진다.  


럭치미를 경배함에 있어서 금과 은은 없어선 안 될 요소이기 때문에, 가정은 럭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신성한 강물에 씻긴 금화나 은화를 종종 놓아둔다. 또한 집안의 회계장부와 새로 번 돈을 펼쳐놓고 럭치미가 집안의 재산을 지켜주고 돈을 번영하게 해줄 것을 기원하는 주문을 외운다.


이런 럭치미 뿌자가 열리는 세 번째 신성한 밤에는 럭치미를 숭배하는 의미에서 등불을 계속 켜놓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등불의 그을음을 따로 모아두는데, 그 검댕을 눈 주위에 바르면 병과 ‘사악한 눈’의 무서운 세력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는 특별한 효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저녁에 여자와 아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Bhailo>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은 이들에게 동전과 사탕을 준다.


모든 도시와 마을들은 이날 불빛의 행렬로 가득차고, 문과 창문들은 럭치미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활짝 열린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것을 들고 길거리를 달려 다니며, 어디를 가도 불꽃 놀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티할의 네 번째 날은 각 공동체 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다르게 기념한다. 많은 가정에서는  전날 암소를 경배했듯이 이날 수소를 경배하는데, 유용한 수소가 그들을 질병과 사고에서 보호해주기를 기원한다. 또한, 각종 농기구, 원예 기구들이 경배와 축복을 받는다.


한편 이 넷째 날의 가장 중요한 의식은 자기 자신, 혹은 스스로의 몸을 경배하는 Mha Puja 이다. 이는 몸은 신성한 것이고, 각 사람 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고 없는 모든 개체에 거룩한 신령이 들어가 살고 있다는 오랜 신화적 믿음의 반영이다. 이 Mha Puja가 열리는 동안 사람들은 생을 허락한 죽음의 신 Yama Raj와 그의 사자 Yamadut, 그리고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도구들을 경배하며 가족들의 장수를 기원한다.


이날 밤, 가족들은 소똥과 붉은 진흙으로 씻긴 빈 방의 흙바닥에 모두 모인다. 아버지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mendal을 만드는데, 각각의 구성원, 죽음의 신과 그 사신을 위해서 한 명당 한 개씩의 mendal을 만든다.


mendal은 꽃문양으로 구멍이 뚫어진 종이에 티카, 쌀, 말린 콩으로 꾸민 뒤 기름 바른 손으로 작은 원을 그리고 나서 바닥에 종이를 놓고, 석회석으로 그 종이를 문지르면서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mendal 앞에 다리를 교차하여 앉고, 아버지로부터 의식을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mendal에게, 나머지 가족들은 집안 서열 순으로 높은 사람에게 뿌자를 드리는 의식을 거행한다. 이 Mha Puja가 끝나면 mendal은 향료와 함께 심지에 태워지고, 가족들은 새해를 경축하며 성대한 만찬을 즐긴다.


 티할의 마지막 날은 모든 남자들과 소년들이 그들의 자매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새해의 번영과 건강, 장수를 기원 받는 날이다. 이 Bhai Tika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자매가 없는 남자는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에게라도 이 축복을 받는다. 또 어떤 네팔 여인들은 티할이 시작되는 날부터 이 축복을 위해 형제들을 방문하기도 한다.


모든 가정에서 형제들은 제물을 앞에 놓고 바닥에 앉아 전날의 Mha Puja 의식 때처럼 뿌자를 받는다. 자매들은 형제의 몸에 기름과 신성한 물을 부어 원을 그리며 보호를 위한 주문을 외우고 죽음과 나쁜 영들이 침투하지 못하게 할 경계표를 그린다. 그런 뒤 형제에게 무릎을 꿇고 꽃, 견과류, 과일과 쌀, 향료와 심지가 타는 뿌자를 드린다.


이 Bhai Tika의 절정은 형제의 이마에 노란 물감으로 수직을 그리고 다른 여러 색깔들로 점을 찍는 의식이다. 더불어 형제와 자매가 돈, 옷, 천을 서로 선물로 교환하는 의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마지막 날은 가족이 모여 도박으로 시간을 보낸다. 티할 기간에는 도박 또한 어느 정도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승인을 받는데, 이는 럭치미를 기쁘게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럭치미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조개껍질로 노는 것인데, 그 조개껍질은 다름 아닌 고대의 물물 교환 수단이다.


럭치미는 티할 기간 동안 돈을 꾸고 갚는 것, 물건을 사는 등의 다른 어떤 화폐 교환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티할 기간 동안 이틀에서 5일 동안 상업 업무, 그리고  학교와 정부기관도 업무를 하지 않는다. 한편 네팔의 법도 이 티할 기간 동안에는 집안과 도로 곳곳에서 조개껍질과 돌맹이를 던지며 도박하는 사람들을 눈감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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