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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Dec 01. 2015

12월의 문턱에서

12월 첫날이다. 그리고 2015년의 마지막 한 달을 시작한다.


한 순간에 찾아 온 지진으로 온 나라를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아픔과 고통으로  나라가 고난 가운데 지난 한 해였다.


지난 사월의 고통은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고 우리는 고된 고난의 인생길을 오늘도 걷고 있다.


고통을 잊어 가는지 아니면 인과응보적 삶에 능숙한건지 저들의 얼굴은 옛 모습과 다름없고 하루를 살기에 바쁜 모습이다.


젊고 한창 멋을 부릴 나이에 가난을 이겨 보려고  더러는 좋은 직장을 그만 두고 한국으로 가겠다고 나선 젊은 이들이 기능시험을 치루는 시험장에서 통역으로 도우면서 한 주간을 보냈다.

쌀쌀해 지는 날씨에 바짝 긴장하며 기초기능 테스트와 체력측정, 인터뷰를 거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도 눈시울을 붉혔고 가슴 먹먹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모습에서 죽도록 가난했던 시절에 가족을 살리려 나라를 살리려 대한민국을 떠났던 내 누님 형님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분주하고 긴장된 모습 속에 오버레핑 되는 옛 기억들이 떠 올랐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떠 올랐다.


우리의 형님들이 사막의 길을 걷고 있을 때 난 그 시절 독재타도를 외치며 보도블럭을 던지고 있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 네팔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가슴 먹먹해 지는 것은 가난 했던 내 나라의 과거가 떠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도록 가난해서 멀건 죽으로 연명해야 했던 이웃들과 젊은이들을 싼 노동력으로 내 보내야 했던 위정자들이 생각났다.


그 시절 지원자들이 대학출신들이 많았던 터라 손등이 부드러우면 불합격 시킬까봐 손을 거칠게 만들어 면접에 임했다고 한다.


지금 네팔도 예전과 달리 고학력자들이 줄을 잇고 좋은 직장을 가진 자들이 한국행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봉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내 앞에서 어둔한 한국어로 바짝 긴장한 채로 답변을 하고 애원하듯 90도 머리를 숙이며 나간다.

네팔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물음에 돈을 많이 벌고 기술도 배우고 돌아와 땅도 사고 집도 짓고 자영업을 하며 네팔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들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마음에 네팔을 위한 애국심이 있던 없던 그 자체가 그들의 애환과 숨은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주간을 쓰린 가슴을 안고 먹먹한 채 보냈다.


인도와의 국경은 여전히 정치적 사리사욕으로 닫혀있고 블랙마켓은 국민들의 허리를 자꾸만 더 졸라 매게 한다.


네팔을 위해서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수상을 위해서도...그가 재임하는 동안 위로자로 때로 기쁨을 조력하는 자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 수 있다면 그를 위해서 네팔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익한 일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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