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Kim Dec 23. 2019

separation anxiety disorder

이별이 서러워


나는 어릴 적부터 집에 손님들이 왔다 돌아가면 하염없이 울었다.

찾아오는 손님은 너무도 좋았고 가는 손님은 서러웠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별이 싫다. 너무도 싫다.

5살 난 아들을 데리고 남들이 오지라고 하는 네팔에 와서 아들은 12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때도 겉과 다르게 속으로 나는 이별 불안장애에 시달렸다.

이번에 12년 만에 아들이 네팔로 온다는 소식에 거의 매일같이 들뜬 기분으로 설날을 기다리듯 지냈다.

더욱이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예쁜 며느리도 함께 온다고 해서 집안 청소부터 집안 단장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우리만은 아니었다.

친구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함께 다니던 친구가 마침 결혼을 한다고 자기들끼리 이미 소식을 주고받았던 모양이다.

이곳에 머무는 열흘 동안 결혼하는 친구가 호텔과 차량을 제공하여 일주일 내내 치러지는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 이 골목 저 골목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그때가 그리웠던지 아들은 추억을 찾아 다녔다.


엄마 아빠가 그리워 찾아 온 아들의 그 가슴에 그리운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한 방에서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조금 서운했지만 한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이곳에 친구들이 반기니 참 고마웠다.

오매불망 그리움을 안고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 엊그제 같았는데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어떻게 공항 이별을 해야 할까?
온종일 그 생각에 불안했다. 늘 입에 발린 말이 <이별은 간단히 만남은 길게>였다.

공항 이별엔 짙은 선글라스 써야 한다고도 했다. 눈물을 보이면 안 되니까 말이다.

밤늦은 시간에 비행기를 타는 아들이 더 안쓰러웠다.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은 이제 혼자가 아니라 평생을 사랑하고 동거 동락할 예쁜 돕는 베필이 있어서 예전과 다른 공항 이별이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옛 버릇을 이겨내지 못하고 심한 이별 불안 증후에 시달렸다.

GPS를 이용하여 항공기 움직임을 보여주는 flightradar 앱을 열고 밤새도록 항공기를 추적했다. 보통 병이 아니다.

이제 한 시간 반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것도 부모가 아들을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일까?


한 시간 반이면 아들의 설레이던 모처럼의 여행은 끝다. 인생의 여정도 끝이 있고 언젠가 이별의 순간에 서야 한다.


이 세상은 끝이 있다. 누구에게나 끝이 있는 것이다. 진짜 끝이 있는 것이다.


그 끝을 향해 가면서 수없는 잠시의 이별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본향이 있어서다.


이별은 싫지만 정말 세상과 이별하는 그때를 위해 이별을 즐기며 연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쨌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은 싫다.



작가의 이전글 Maghe Sankranti (마게 서끄란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