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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얘 발음 이상해요!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성장은 시작된다.

by 드림북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 성장의 문이 열린다

"선생님, 얘 발음 이상해요!"

작은 목소리가 교실에 퍼지던 그 순간, 저는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이는 걸 느꼈어요.

준서는(가명)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죠.


한 사람의 다름이 눈에 띄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경계를 하곤 해요.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낯설면 불안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20년 넘게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았어요.

세상에 같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걸요.


그리고 그 ‘다름’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는 걸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말 더듬던 한 아이가 영어 선생님의 꿈을 꾸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우리 아이도 영어를 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 초등학교 2학년 준서가 학원에 등록했어요.

어머님은 상담 내내 조심스러워 보였어요.


"선생님, 우리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말이 좀 느렸어요. 아직도 말을 더듬기도 하고요… 영어는 더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돼요."


그 말 속에는 불안과 미안함이 섞여 있었어요.

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어요.


"어머님, 영어는 누구나 처음부터 배우는 거예요. 천천히 도와주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님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준서는 말없이 제 옆에서 가방 끈을 꼭 쥐고 있었어요.


그렇게 준서의 영어 공부가 시작됐어요.


“얘, 발음 이상해요!”

준서의 첫 수업 날,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따라 읽으며 신나 있었죠.


그런데 준서가 영어를 발음하자 교실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하나둘 힐끗거리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얘 발음 이상해요!"


그 말이 튀어나오자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어요.

준서는 그 순간 몸을 한껏 움츠렸어요.


가만히 바라보니, 아이들의 표정 속에는 ‘궁금함’도, ‘낯설음’도 섞여 있었어요.

저는 아이들의 반응을 차분히 받아들이면서도 준서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천천히,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얘들아, 우리 모두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발음이 어색했잖아. 준서도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이야. 못하는 게 아니고, 우리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습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준서를 향해 미소 지으며 덧붙였어요.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선생님이 기다릴게."


그날 이후, 저는 수업할 때마다 준서가 말할 시간을 충분히 줬어요.

발음을 또박또박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너무 잘하고 있어!”라며 응원해줬고요.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점점 달라졌어요.

준서가 영어 문장을 말할 때면 자연스럽게 기다려줬고, 어느 순간부터는 “준서야, 너 할 수 있어!”라고 응원까지 해주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준서는 변해갔어요.

어깨를 움츠리던 아이가, 손을 들고 문장을 읽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저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준서의 영어 실력은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천천히, 하지만 또박또박.

영어를 읽을 때의 준서는 점점 자신감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준서가 제게 와서 조용히 말했어요.


"선생님, 저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어요.

처음에는 한 문장 말하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영어 선생님의 꿈을 꾸고 있었다니!


그 순간 저는 확신했어요.

‘다름을 인정하고,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한 아이의 가능성이 이렇게 피어날 수 있구나.’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다

고윤 작가님의 책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에 이런 말이 있어요.


"다름이란 불편함이라는 겉모습을 띄고 있으나, 내게 없는 것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담겨 있다."


정말 공감돼요.

처음에는 다름이 불편함으로 다가왔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아이도,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우리 사회에서도 다름을 틀린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니까요.


혹시 지금 여러분 곁에도 준서 같은 아이가 있지 않나요?

조금 느릴 수도 있고, 조금 서툴 수도 있지만, 그 다름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 준다면 아이는 결국 스스로 빛날 수 있어요.


우리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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