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화는 입이 아닌, 귀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학교 어땠어?"
"좋은 일 있었니?"
"아니면 속상한 일은 없었어?"
수업을 시작하기 전, 저는 아이들에게 늘 이 질문을 건넵니다.
그날 하루 아이가 기뻤다면, 함께 박수치며 축하해주고,
마음이 다쳤다면,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다"며 조용히 어루만져줍니다.
그저 공부만 가르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먼저 풀려야, 지식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고 믿으니까요.
공부도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니까요.
이기주 저자의 책 [말의 품격]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마음을 붙잡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듣는다는 행위 하나로,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말을 들으며 속으로는 대답을 준비하고 있거나,
상대의 감정보다 자신의 논리가 더 중요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심을 얻는 대화는, 바로 그 ‘듣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귀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닙니다.
눈빛과 표정으로, 때로는 침묵으로,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입니다.
누군가 말할 때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선을 맞추고,
“응,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그 작은 태도가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왜 기운이 없어 보여?”
이 한마디 대신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네 얘기 듣고 싶어.”
이렇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문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경청의 시작입니다.
경청은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저, 귀를 기울여주는 진심입니다.
누군가 "나 요즘 좀 힘들어…"라고 말할 때,
“다들 그래.”라고 넘기지 않고
“그랬구나. 무슨 일인지 말해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진심이 듣는 사람의 품격을 만들어갑니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곁에서 우리는 비로소 위로받습니다.
『말의 품격』을 읽고, 다시 다짐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싶다면,
내 말보다 내 귀를 먼저 내어주어야 한다고.
말보다 마음을,
대답보다 공감을 먼저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