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하는 삶
“야 야, 나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어.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더라.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지더라.”
_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인생을 '결과'로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성공하면, 그때 웃으면, 그게 좋은 인생이라고 믿으며 말이죠.
하지만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뒤로 미뤄둡니다.
소소한 즐거움도, 여유도,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까지도요.
그러다 어느 날,
그렇게 미뤄놓았던 것들이
더 이상 꺼내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몸이 아프거나, 시간이 지나거나, 마음이 굳어버린 후에요.
이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부모님이셨어요.
젊은 날 자식들 키우느라, 일하느라 스스로를 위한 선물 하나 제대로 못 하시고 어느새 인생의 뒷안길에 와 계신 분들.
요즘 가끔 여쭤봅니다.
“엄마, 뭐 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
그러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아요.
“아니야, 딱히 없어.”
하지만 저는 알아요.
정말 하고 싶은 게 없어서가 아니라,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무거워진 탓에
이젠 그 마음조차 접어버리신 거라는 걸요.
아프기 전에, 조금 더 자주 즐기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이 자꾸 가슴에 걸립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작게나마 '나를 위한 선물'를 하고 있어요.
바쁜 하루 중 일부러 걷는 시간을 만들거나,
혼자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하고,
월말이면 수고한 나를 위해 책을 한 권 선물하기도 해요.
좋아하는 향초를 켜고,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눈을 감고 있으면, 그 짧은 순간마저도 제겐 작은 휴식이자 회복입니다.
이런 작고 사소한 실천들이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자꾸 일깨워줘요.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의 기쁨과 만족을 중심에 두는 삶.
그걸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멀리(제주도) 계신 부모님께는 자주 전화를 드려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꽃을 보내드리고,
아버지가 즐겨 드시는 간식도 수시로 챙깁니다.
큰 게 아니어도
그저 “우리 딸이 또 보냈네. 고마워” 하고 웃으시는 그 한마디에, 하루가 따뜻해지는 걸 느껴요.
웃음은 모아뒀다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웃음이니까요.
그러니 너무 아껴 쓰지 않기로 했어요.
조금 더 자주 웃고, 자주 나를 챙기며 살아보려고요.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어떤 삶을 선물하고 계신가요?
“삶이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느라 보내는 오늘들의 연속이다.”
— 존 레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