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비틀비틀 병원 다녀온 날
밤늦게까지 약속이 있었던 다음 날
침을 삼키기도 전에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겨울마다 어머니가 항상 만들어주시는 생강과자를 한 움큼씩 집어먹으며, '바이러스야 사라져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생강으로 목을 뜨겁게 만들어도 으슬으슬 춥고 맑은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망했다. 감기다.'
그렇다. 한 달도 채 안 지나서 또 감기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 약속 날에 피곤하긴 했어. 왜 난 매번 나의 상태를 이렇게 늦게 알아보는 걸까.'
카페 일을 하며 찾아온 쉬는 시간, 목도리와 장갑으로 단단한 무장을 한 채 약국에 감기약을 사러 갔다. 빨아먹는 캔디류를 살까, 매번 사 먹는 알약을 살까. 귀찮으니 알약을 사야지.
그럼에도 궁금해서 약사님께 캔디류의 수요를 물어본다. 덜 아픈 거지. 쯧쯧.
다시 카페로 돌아와 약을 먹는다.
"아현아!"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고 지낸 오랜 선생님께서 약속이 있어 지인분들과 방문하신 것이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난 바이러스 덩어리가 돼버린 몸이라 얼싸안지 못하는 마음을 멀리서나마 공중하트로 표현한 채, 다시 카페 일을 하러 되돌아간다.
아무래도 심한 감기가 오는 것 같아서, 내일 잡았던 약속을 취소한다. 약속을 위해 쿠키도 구웠는데, 슬프지만 자기 관리를 못한 나를 원망해 본다.
집에 돌아와서 옷가지만 대충 정리한 채 뜨뜻한 전기장판에게 내일의 나를 맡기고 잠에 빠져본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많이 이상하다.
아침을 먹고 감기약을 또 먹는다.
10시쯤 다시 잠에 든다.
오후 4시 30분에 일어났다.
몸이 뜨거운데, 전기장판 때문인지 열 때문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때 들려오는 카카오톡 영상통화음.
호주에서 친구들이 연락 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껴본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엄마에게 상황을 알리려 전화한다.
독감일지도 모르니 내일 출근이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병원에 다녀오라는 것.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가려는데 몸이 균형을 못 잡는다. '어라 왜 이러지? 전자파를 쏘여서 그런가. 크라임씬 제로 보지 말걸.'
그렇게 비틀대며 병원으로 가서 첫 방문서를 쓰고 기다려본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무겁다.
간호사님이 내 차례가 되자 부축해 주시며 진짜 아파 보인다고 말하신다.
의사 선생님께서 증상을 물어보시고 열을 재주셨다. 38.5도가 나왔다. 코는 다 부어서 붙었다고 한다. 어쩐지 숨이 입으로밖에 안 쉬어지더라니.
독감 검사 2만 5천 원이라길래, '뭐가 이리 비싸'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호주 워홀 당시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병원비를 생각하며 감사히 부탁드린다.
10분 정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소파 위에서 쓰러져있었다. 괜히 아프니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아프면 눈물이 나는 건 내 고질병이다.
간호사님께서 결과가 나왔다고 따뜻하게 말해주시며 휴지를 건네주셨다. 울보로 의사 선생님께 소문나면 안 되니까 얼른 닦아주고 가본다.
다행히 한 줄이 나왔다고 하신다.
독감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심해지면 내일 수액 맞으러 오라고 하셨다.
처방약을 받고 집으로 다시 왔다.
엄마가 먼저 도착할 줄 알았는데 안 와서 전화를 걸려다가 참았다. 콧물을 푸는 데 코피가 났다.
하루 종일 풀어서 코가 힘들었나 보다.
또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2번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특유의 상상력이 발동하여 사고가 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카톡을 보냈는데 답장이 안 왔다.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엄마가 매운탕을 사서 오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들어오신다.
괜스레 또 울며 칭얼거린다.
그래도 엄마가 왔다고 집이 전기장판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일하는 카페에 점장님께 내일 쉬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마음이 편해진다.
엄마가 상황버섯차, 쌍화차, 호박죽, 꿀차, 프로폴리스차, 매운탕을 침대로 배달해 주신다.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솟구친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뵈러 가는 날이었는데 아파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생각을 하니 또 서럽다.
그래도 호박죽을 먹으며 역시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제 무리하게 약속을 잡지 않기로 결심한다. 다음 주 약속도 취소했다.
개복치는 자기가 개복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게 맞추면 안 된다.
고열은 다행히 내려갔지만 멈추지 않는 콧물을 닦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