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단어

혼잡

by 나무로그

오랜만에 강남으로 가는 출근길에 동참했다.

일로 가는 건 아니고, 영어 공부 하러 가는 길.


도대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는지,

해리포터 버스 부럽지 않은 신기한 버스에 몸을 맡겼다. 한 발은 땅에, 한 발은 들고 한 정류장 뒤에 내렸다.


지하철로 환승해야 하기에, 역으로 걸어가는 길. 아침 에너지를 더 팽창시키기 위해 신나는 노래를 듣는다. <DJ DOC와 춤을> 노래를 듣고 있는데 이런 가사가 흘러나온다.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

다 같이 춤을 춰봐요.

이렇게.


나도 가사에서 말하는 대로 춤을 추고 싶은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기에

최대한 신나는 마음을 억눌러가며

최소한의 몸짓으로 걸어간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모두가 똑같은 곳으로 향하는 기분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이런 단어를 본다.

'혼잡'

빨간색 글씨로 쓰여있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지하철에서도 그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아프다고 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원 지하철 속을 뚫고 자리 잡아야 하는 현실.


새삼 서울로 출퇴근하지 않는 내가 다행스러워졌다.

그리고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위대해 보였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꾸역꾸역 사는 거라고.

그렇게 살아내는 거라고.


오늘도 살아내는 삶을 사는 당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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