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마음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는 선생님으로서 첫 학교다.
내가 발령을 받고, 군대에 다녀오고, 세 번째 담임을 하는 동안 여러 선생님들이 오고 갔다.
우리 학교에 전입온 선생님들은 대개 새로운 학교에 만족하지 못한다.
지난 학교를 떠올리며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고, 우리 학교의 힘든 점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애들이 너무 거칠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학부모 민원이 많다.
학교에서 번거롭게 시키는 게 너무 많다.
민주적인 것처럼 자주 모여 토의를 하는데, 결론은 매번 정해져 있다.
동시에 대충 들어본 다른 학교들의 이야기는 여기와 다르게 학생들 성향이 부드럽고, 학교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다는 것을 빼고는 대부분 만족스러워 떠나기 싫었다고 한다.
3년 동안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올해까지만 있다가 다른 학교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지난해 같은 학년 선생님 중 한 분께서, 6학급(한 학년이 한 개 반인 시골 작은 학교)의 좋았던 점 이야기를 곧잘 해주셨기에, 갈만한 6학급 학교를 미리 골라놓기까지 했다.
얼마 전, 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 선생님은 내가 있는 지역의 시청 근처, XX초등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작년에 오신 분이었다.
선생님께서도 마찬가지로 그 학교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적교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한참 이야기 하기에, 그럼 그 학교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는지 물었다.
뒤이어 들은 이야기는 우리 학교에서 가끔 일어나는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지난 학교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이유는
단순히 익숙한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떠난다면 훨씬 나은 상황이 오리라 막연하게 믿었던 것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움은 욕망의 절정으로 인간의 망상은 때로는 체험하지 못한 미지에 구애받을 때가 있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실재하는 낙원을 거닐어본 적이 없음에도 어딘가에 낙원이 실재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 믿음에 기대어 이 비참한 시간과 맞서 싸워보지만, 막상 기대했던 낙원의 구성 요소들이 모두 채워진 환경이 주어지면 인간은 또 다른 요구 조건을 내세워 그곳을 피로 물든 전쟁터로 변모시키고, 새롭게 낙원을 개척하려 한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늙음의 덧없음 中
끝없이 찾은 불만거리들을 해소하려고 다른 학교로 간다 한들, 만족감도 잠시 뿐이지 않을까?
그래도 나보다 경력도 경험도 많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까?
아직 8월이긴 하지만 가끔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