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제는 정말로 가을이 왔구나....
나에게 있어서는 향기가 계절을 구분하는 방법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겨울, 그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설레이는 나의 가슴과 함께 점점 아름다워지는 세상을 바라보고는 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쩌면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꿈 속에서 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할 때, 그 꿈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그의 향기였다.
가을의 향기는 그의 향기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내가 사랑하는 그의 향기는 좀 더 이것보다 텁텁한 느낌이 드니까.
지금의 향기는 뭐랄까... 적당히 촉촉하고 시원하면서도 청량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그런 향기였다.
문득 알아채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고 나의 무거웠던 마음이, 현기증나도록 몽롱했던 세상이 좀 더 선명해지게 해주는 그런 향기였다.
가을이 왔음이 분명했다.
이런 향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건 가을밖에 없으니까. 이제 곧 단풍이 지겠구나. 푸르르던 나무들이 자신들의 색을 읽고 점차 메말라가기 시작하겠구나.
아직은 촉촉함이 남아 있는 대지가 마침내 메마르기 시작할 때, 이미 냉정하고 차가운 세상에 이렇게 빌어야지. '좀 더 추워져라.' 라고....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그가 오면 그의 품에서 마음껏 내 숨 하나하나마다,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드는 그 한기 속에서 아름다운 죽음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그래, 나는 어쩌면 이런 아련함에 취해 살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내가 잃어버렸던 삶의 감각을 깨워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일지도....
몇 년 동안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흘러야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열망이 미칠 듯이 타올라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서 자그마한 아름다움을, 이 처량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해 붙잡으려 할 때 느껴지는 이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이 어쩌면 내가 찾고 헤매이던 그의 감각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