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가들에게....
지금 현재, 철학은 죽었습니다.
1900년대 이후로 대중들에게, 세상에게 영감을 주는 철학자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현대 철학에서 중요하게 인식되는 철학자 대부분은 아마 듣지도 못한 사람이 태반일 겁니다.
니체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철학은 퇴폐(데카당화)했습니다.
현대 철학은 철학의 본질도 잃어버린 채 유물론과 자본주의를 비판하기만 바쁩니다. 본디 철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세상을 부정하는 학문이 아니라요.
니체의 철학에서는 우리 삶에서 동떨어지고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혐오하라, 좋음에 맞서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철학이라는 걸 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니고 과거에 좋다고 말한 것들만 고집하며 좀처럼 세상을 향해, 대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학의 갈라파고스화, 이건 철학의 본질에 위배되는 일 아닌가요? 철학은 세상에 관한 학문이니까요. 무엇보다 세상에 대해 인간적으로 깊게 탐구하는 학문 중 하나가 오히려 우리 삶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 가장 뜬구름만 잡는 소리처럼 들리고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학문,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 철학은 어느 의미로는 종교보다도 더 퇴폐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에는 철학 자체가 이제 거대한 노예 도덕이 되었습니다.
지금 종교에서는 그래도 그 본질에 대해, 그게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어떤가요? 기존의 노예 도덕, 대표적으로는 종교를 부수는 데에 사용되었던 망치, 철학이 도리어 현대 사회에서는 그게 왜 그런지는 제대로 고민되지도 않은 채 가장 큰 노예 도덕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철학에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아니, 이 어느 때보다 철학이 절실한 때가 없습니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AI는 무엇인가? 인간을 뛰어넘는 무언가(AI)가 나왔을 때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각각의 것들의 그 본질은 어떤 것이며 이런 것들은 왜 나타나기 시작했는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 것이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이 당면한 지금 철학은 이런 문제들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귀신들만 쫓기 바쁩니다.
물론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현대의 유물론의 사고방식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거 인정합니다. 또 몇몇 질문들은 이미 과거 철학에서 진지하게 다룬 바가 있다고여기실 테고 이는 일정 부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니체의 철학이 카뮈, 사르트르, 후설, 하이데거같은 철학가들에 의해 다시 해석되고 발전되었듯 지금 철학은 현대에 맞게 다시 재창조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철학은 지금 현재, 이 세상을 부정하는 학문으로 전락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의 철학은 대부분이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하고는 멀리 떨어져 있고 그걸 다루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대의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자본주의와 유물론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데에 그칩니다.
한 마디로, 현대의 철학은 니체가 말한 '낙타'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철학이 해주어야 하는 일은 '창조'입니다. 니체가 말한 '아이'처럼 기존의 노예 도덕과 주인 도덕을 넘어서 이 세상을 자신의 언어로 창조하고 사람들에게 충격과 시사점을 안겨 주어야 합니다.
망치로써 이 세상의 틀을 깨고 사람들의 세상을 확장시켜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 철학입니다. 하지만 지금 철학은 지금 이 세상을 따라잡지도 못했습니다.
이제는 철학을 깰 망치가 필요합니다. 다시, 이제는 죽어버린 철학을 되살릴 망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이걸 진지하게 읽고 공감하는 철학가라면... 부디 세상에 뛰어들어 주십시오. 세상과 지금 철학의 모순을 망치로 두드려보고 목소리를 높여 주십시오.
철학이 다시 '학문'의 최면, '전문성'의 최면에서 벗어나 예술로서 생동감을 되찾을 때, 그래서 수많은 '아이'들이 나타나 다시 한번 세상에 대한 순수한 시각으로 창조를 행할 때 철학이 다시 여러분에게 돌아올 테니까요.
지금 철학이 여러분에게 소리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삶에서 부당한 '좋음'과 부조리한 '진리'와 무의미한 '정답'에 강력하게 저항하며 최악의 세상을 차악의 세상으로 바꿔낸 수많은 철학가들이, 그들의 철학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