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상황을 아이의 감정코칭의 기회로
“OO아, 일어나야지!” 아침이면 어린이집 등원 전쟁이 시작된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아들은 내 조급함을 아는 건지 아침도 잘 먹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요리저리 내 손을 빠져나간다. 사탕이나 젤리로 구슬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고 힘으로 제압한다. “왜 이렇게 아빠 말을 듣지 않니. 혼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아이가 나를 보며 서럽게 울던 모습이 떠오르자 오후에는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오후에도 결국 화를 내버렸다. 하원길 놀이터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이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가라는 고민이 점점 깊어질 때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이란 책을 리뷰한 중앙일보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존가트 맨 박사가 체계화한 감정코칭 이론을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가 부모들이 알아야 할 아이의 감정코칭 노하우를 소개한 책이다. (참고 기사 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4893)
양육자의 유형에는 축소전달형, 억압형, 방임형, 감정코치형으로 4가지가 있는데, 나는 아이가 떼를 쓰면 간식을 주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축소전달형 양육자형’에 해당됐다. 이는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인지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기사에선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면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나는 아이의 감정을 무마하고, 내 뜻대로만 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감정코칭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감정코칭은 아래와 같이 크게 5단계로 구성된다. ①아이 행동 뒤 숨은 감정을 인식한다. ②아이가 떼를 쓰면 감정코칭을 할 기회로 본다. ③아이가 감정을 말하도록 열린 질문을 한다. ④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경청한다. ⑤아이와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본다. 하지만 28개월 우리 아이는 아직 감정에 대해 소통하고 행동의 결과를 이야기 나누기에는 미숙했다. 그리고 오히려 “OO이가 화가 났구나.”라고 관심을 보이면 더 떼를 쓰게 되어 소통이 불가능해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아내가 아주대 정신의학교실 조선미 교수의 영상을 보내줘서 시청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떼를 쓰면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봐주거나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더 떼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의 부정행동에는 무관심으로 대응하라는 것이었다. 무관심을 통해 아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의미가 없도록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그래도 떼를 쓴다면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이보다 어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선미 교수는 말한다. 한 번은 아이가 안 씻는다고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지 않아 요즘 좋아하는 장난감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OO아 아빠랑 씻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아이가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지루해졌는지 화장실로 들어왔다. 이 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샤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감정코칭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질문으로 아이의 감정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한 번은 아이가 한 동화책에 꽂혀서 잠도 안 자고 계속 보려고 한 적이 있다. “OO아~ 이제 그만 봐야지. 아쉬워?”라고 말했는데 아이가 아쉽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놀다가 집에 가려고 할 때 아이가 “아쉬워.”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이가 본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감동적이고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 넷을 키운 가수 션이 육아 중인 젊은 부부에게 “아이와 놀아주시나요, 노시나요?”라고 묻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가수 션은 아이와 같이 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육아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난 아이가 짜증을 내고, 고집을 부릴 때면 화가 나고 힘들다. 하지만 가수 션처럼 생각을 전환하여 이런 한계 상황을 아이의 발달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내가 본 기사의 마지막 문구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약 40%만 감정코칭을 해도 효과는 충분하다. 10번의 갈등 상황 중 4번만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려고 해도 감정코칭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