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한 날

화창한 봄날의 뚯밖의 선물

by 파파베이비

5월의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나를 깨운다. 잠시 낭만에 젖을 틈도 없이 현실을 자각한다. 여유란 사치다. 아이를 깨워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거실로 나오니 어제의 치열했던 육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먼저 발 디딜 틈도 없이 널브러진 장난감과 책들을 한쪽으로 대충 정리한다. 그리고 과일을 준비해 놓고 아이를 깨우러 간다.


하지만 아이는 일어날 기미가 없다. 어젯밤 콜록거리며 잠을 설치더니, 아침에도 영 몸을 가누지 못한다. 환절기가 오니 감기에 걸린 듯하다. 아이를 거실로 안고 나와 좋아하는 뽀로로도 틀어보지만 여전히 눈을 뜨질 못한다. 새벽에 몇 번이고 깼다가 겨우 잠들었으니, 그 작은 몸이 얼마나 피곤할까. 곤히 자고 있는 모습에 차마 다시 깨우지 못한다.


그러나 나 역시 새벽 내내 아이를 돌보느라 몸이 녹초가 돼있었다.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 안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아이가 걱정되면서도 그렇다고 혼자 하루 종일 아이를 볼 자신은 없었다. 감기 증상이 심해지면 그게 며칠이 될지 걱정부터 앞섰다.


바로 그때,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봄날이 나의 걱정을 녹인다.


‘그래, 오늘을 그냥 즐기자. 아이와 함께.’


봄날의 기운이 차츰 나의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힘을 보태준다. 주말엔 사람들이 붐벼 어디든 떠나기 전부터 부담스러웠는데, 평일엔 어디든 홀가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번에 갔다가 주차 때문에 고생했던 곳이다. 손주가 보고 싶다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번 봄 나들이에 초대하기로 했다. 마침 서울대공원이 친가와 우리 집 중간 지점이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 나들이 소식에 눈을 반짝였다. 그렇게 우리는 모처럼 3대가 함께하는 봄 나들이를 떠날 수 있었다. 육아는 내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화창한 봄날이 뜻밖의 선물을 선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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