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날 좋은 어느날
너와 갔던 전시회
떨어지는 선선한 햇빛에
기분 좋게 걸었던 길거리
북적이는 사람들
고즈넉 했던 덕수궁 돌담길
계획 같이 되지 않았던 어리숙한 하루
그럼에도 기분 좋게 웃어주던 웃음
수줍게 건냈던 선물
돌담길 옆 길거리 카페
두런두런 자기 이야기를 꺼내던 너의 눈빛
웃음의 잔상
이 모든 것들이
카펫에 쏟아버린 향수의 잔향처럼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씻고 돌아앉은 컴퓨터 앞에도
다음날 일상의 순간 속에도
잔향이 가시질 않는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널 만나고 오면 한동안 그랬던 것 같다.
강렬한 잔향은 오래동안 나를
그 시간 속에 살게 한다
이런 내가 한심하면서도
혀를 끌끌 차면서도
나도 모르게 한숨 쉬며
기억에 카펫 옆에 쭈그려 앉아
코를 벌름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