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순간과 일생 사이에서>
<순간윤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만이 윤회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나 자신으로 다시 태어난
적이 있다.
그중 유난히 또렷이 기억되는 두 번이
있다.하나는, 어느 하루의 짧은 순간
이었고 또 하나는, 인생을 뿌리째 흔든
큰 경험이었다
순간윤회 몇 해 전, 아내와 별것 아닌
일로 다투었다.그날따라 아내의 말투
가 유독 날카롭게 들렸고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더는 못 살겠다”는"
이혼" 말이 튀어나왔다.
소파에 혼자 앉아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며 분을 삭이고 있을 때였다.
아내가 조용히 다가와 마른 수건 하나
를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곧이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당신 무릎, 춥지?
아직 이른 봄인데 바닥이 차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말보다 더 깊었던
그 말투, 그 눈빛, 그 손길.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끊어진 게 아니라 무언가가
새로 이어지는 소리였다.화는 연기
처럼 흩어지고, 미안함이 속에서
부터 피어올랐다.
그때 나는 알았다.
사랑은 말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감싸는 것임을......
나는 그날,
잠깐이었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나로
다시 태어났다.
<일생윤회>
두 번째는 조금 더 아픈 이야기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출세, 돈, 명예, 인정이라는
말에만 매달리고 살았다.
가족은 늘 뒷전이었다.
사람보다 성과가 더 중요했고,
아내의 말은 흘려듣기 일쑤였다.
그러다 어느 날, 와장창 거리며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심장에 문제가 생겼고,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날들이 길게 이어졌다
(지금도 내 가슴엔 인조 혈관
스텐트 가 3개 박혀 있다.)
말도 못 하고 몸도 못 가누는
나 대신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며칠 밤을 지새우던 사람,
그게 아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오랜 침묵 속에서.
천천히, 깊이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놓치고 살아온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를.그 일 이후 나는 많이 달라졌다.
서두르지 않고 걷고,자주 웃고,
말보다 먼저 귀를 기울이며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간다.
욕망보다는 관계를, 경쟁보다는
나눔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나는 분명,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또 한 번 다시 태어났다.
돌아보면, 나는 두 번의 윤회를
겪었다. 하나는 짧은 순간이었고
하나는 인생 전체를 흔든 변화였다.
그걸 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
순간윤회 그리고 일생윤회.
남들에겐 철학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실감나는 체험이다.
내가 살아서 겪은 살아 있는
"윤회"들이다.그리고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작은 윤회" 속에
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늙어간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씩 비우고,
조금씩 다시 태어나는 일.
살면서 수없이 죽고,
수없이 다시 시작하지만,
나는 지금,얼마 남지 않은 "삶"
그 윤회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나로 조용히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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