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독일의 브리타 테큰트럽이 쓰고 그린 『날씨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이긴 한데 허구의 이야기는 아니고요. 글로는 다양한 날씨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풀어내고 있고, 그림으로는 해당 날씨를 한 폭의 풍경화처럼 표현하고 있어서, 논픽션 작품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랑비나 깃털 구름, 폭풍, 악천후, 소나기, 저녁노을, 눈보라 등 책을 읽고 나면 사계절을 지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그것은 아마도 모네나 고흐 같은 풍경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작가의 그림 솜씨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날씨 이야기에 아름다운 풍경화가 곁들여져 읽는 동안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책입니다.
2. 날씨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풍경화와 같은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니, 정보가 머릿속에 잘 들어올 것 같은데요. 우리는 평소에 눈이 온다,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춥다, 덥다, 정도로만 날씨를 표현하잖아요. 책에서 말하는 날씨는 많이 다르던가요?
책에서는 구름이 생기고, 비나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등 1년에 걸쳐 다양한 날씨가 발생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태양열은 우리가 사는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을 데워주는데, 서늘하던 공기는 데워져 팽창하고, 수증기를 가득 머금었던 따뜻한 공기는 식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수증기는 두터운 구름이 되었다가 비나 눈, 안개처럼 물이 되어 땅으로 내려온다고 해요. 한마디로 태양의 빛과 열기가 없다면 우리도, 날씨도 없을 거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살면서 보통은 날씨에 기분이 많이 좌우되는데요. 저도 여름에 비가 많이 올 때는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애를 먹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날씨는 자연 현상일 뿐, 비가 온다고 우울할 일도, 눈이 온다고 신날 일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정신건강에 좋은 날씨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3. 날씨가 자연 현상이긴 하지만,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기도 해서 사람으로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롭게 와 닿았던 날씨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저녁노을을 보면 울적해지고는 했는데요. 저녁 먹고 집 옥상에 올라가 붉은 저녁노을을 보면서,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엄마가 보고 싶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저녁노을은 ‘우울’로 기억되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저녁노을을 “좋은 날씨를 알리는 전령”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빛나려면 해가 저무는 서쪽 하늘에 거의 구름이 끼지 않아야 하는데요. 우리가 사는 곳에서 비구름은 대체로 서쪽에서부터 몰려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는 ‘아, 내가 저녁노을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저녁노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녁노을을 보며 우울할 일은 없을 것 같거든요.
4. 저녁노을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색에 잠기는 것 같은데요. 다양하게 표현된 붉은 빛깔이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풍경화나 사진으로 보는 저녁노을은 늘 아름답게 느껴지는데요. 날씨 이야기에 곁들여진 풍경화는 어떤 느낌으로 와 닿았는지 궁금합니다.
책에서는 날씨를 과학적 지식으로 풀어낸 글이 딱딱하게 느껴질 때쯤 풍경화가 펼쳐지는데요. 구름을 예로 들어서 말씀드리자면요. 구름의 종류에도 새털구름, 안개구름, 양떼구름, 깃털구름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걸 글로만 읽으면 정확한 구름의 모양이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그때 사진보다도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이 등장해 글을 눈앞의 한 장면으로 펼쳐주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요. 그림만의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나면서도, 그 장면이 아름다워 눈에 장면을 담게 되더라고요.
5. 아이들이 읽어봐도 좋은 책일 것 같네요.
네, 날씨가 발생하게 되는 과정이 쉽고도 친절하게, 사실적으로 설명되어 있어 아이들이 읽으면 더욱 유익한 책이고요. 아이들이 혼자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 어른과 함께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소나기를 만났던 날, 번개가 치던 날, 첫눈이 온 날의 추억을 이야기해보면 책의 내용과 더불어 날씨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6. 오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개해주신 책 『날씨 이야기』에는 각지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이나 추억이 많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날씨 이야기』에는 등장인물이 없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제가 그 날씨 속을 헤매다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나기 속을 거닐고, 이슬이 내려앉은 축축한 숲길을 거닐고, 눈 쌓인 길을 거닐고… 제가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어 이리저리 그림을 넘나든 기분이었달까요.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건 아마도, 날씨와 함께 온갖 추억이 되살아나서인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그림이 그만큼 생동감 있었던 덕분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책이라고 해서 모든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날씨 이야기』의 그림을 펼쳐놓고 친구나 연인, 가족과 자신만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 책의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