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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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소설가 김동식이 쓴 에세이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입니다. 김동식은 글쓰기와 무관한 주물공장에서 10년간 결근 없이 열심히 일하다, 2016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초단편소설을 써 올리면서 인기를 얻게 된 작가인데요. 지금은 전국 초등고등학교에 강연을 다니시면서 학생 팬들의 인기를 얻고 계십니다. 책에는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해, 어릴 적 부산 영도에 살며 겪었던 이야기라든가, 내향인으로서 내면의 이야기, 음식 애호가로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소설가가 쓴 에세이라 그런지 쉽고도 재미있게 잘 읽혔던 책이었습니다.


2. 주물공장이라고 하면 붕어빵 만들 때 쓰는 틀 같은 데 쇳물을 부어 굳혀서 물건 만드는 일을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요. 10년 동안 결근 없이 일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러는 중에 소설까지 쓰다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에서 작가는 세상에서 강력한 힘 중 하나로 시간을 꼽는대요. 주물공장에서 일을 할 때는 온도가 높은 쇳물이 다른 사람에게 튀지 않도록 칸막이 안에서 벽을 보고 서서 일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서 쇳물을 틀에 붓는 일을 반복하는 거죠. 어느 날 그렇게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일해온 탓에 번아웃이 오는데요. 작가는 그때 일을 그만두지 않고 일하며 상상을 합니다. 외계인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수박이 안에서 통통 소리를 낸다면 대답을 해야 할까, 하는 말 그대로 허무맹랑한 상상들이었죠. 그리고 그 상상을 매일 퇴근 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복날은간다’라는 닉네임으로 올렸는데요. 그렇게 글을 올리고 자고 일어나면 사람들이 단 댓글을 보며 하루를 살아갈 동력을 얻었다고 합니다. 2016년 1년 동안 300여 편을 올렸다고 하니 작가의 성실함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3. 1년 동안 300편의 소설을 쓴다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 같네요. 김동식 작가님은 초단편소설집 『회색 인간』으로도 유명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럼 작가님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리다 언제 책을 출간하게 되었을까요?

책에 보면 2022년에 이미 집필한 초단편소설이 1000편이 넘었다고 하니까 보통 사람은 아닌 듯한대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던 초단편소설을 보고 출간 제안을 해온 기획자와의 인연으로 2017년 12월 말에 ‘김동식 소설집’이라는 이름으로 세 권의 초단편소설집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중 첫 번째 책이 『회색 인간』이고요. 『회색 인간』은 고맙습니다 에디션과 100쇄 기념 에디션이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4. 작가 개인의 이야기만으로도 흥미가 느껴지는데요. 그런 작가가 쓴 에세이라고 하니 그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글을 쓴 작가라는 사실 외에도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하셨는데요. 부산 영도에서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책의 앞부분에는 작가의 어릴 적이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부산 영도라는 지역의 지형적 특색이라고 하면 오르막길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오르막길에서 놀며 자란 작가의 이야기가 따스하면서도 재미있게 와닿았는데요. 가난한 집에서 자란 작가는 어린 시절 음식이 풍족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골목에서 사이다를 마시던 친구가 권한 사이다의 맛에 빠져 있는 사이, 친구가 자신에게 뽀뽀를 하고 도망간 이야기라든가, 열세 살 즈음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에 놀러 갔다가 강풍을 만나 어느 건물 처마 밑에서 생라면을 뿌셔 먹은 이야기는 작가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추억처럼 느껴졌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추억에 젖어 함께 웃고 울며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5.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추억은 있을 텐데요. 열세 살 때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로 여행을 가다니, 보통 어린이는 아니었나 보네요. 어찌 보면 당찬 어린이였을 것 같은데, 앞서 책을 소개해주시면서 내향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신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그 부분이 아이러니하긴 했는데요. 어린 시절 동네 오락실에서 게임으로 전국을 제패하던 작가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타일 일을 하기도 하고,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소위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보게 되는데요. 작가는 스스로를 내향인이라고 표현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저 생각 많고 점잖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먹었던 체인점의 오징어덮밥을 찾아 전국의 해당 체인점을 돌며 오징어덮밥을 먹는 에피소드라든가, 소설을 쓰게 된 이후 전국에 강연을 다니며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고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같은 걸 보면 완전한 내향인처럼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6. 오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에세이 한 권을 소개받았다기보다 김동식이라는 작가를 소개받은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에피소드 중에 게임에서 ‘탱커’라는 캐릭터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탱커’의 중요한 역할은 ‘버티기’라고 합니다. 적 앞에서 버티고 서서 40명의 공격을 지탱하고 강력한 적을 무찌른다고요. 그러면서 “탱커가 버티면 보스는 쓰러진다. 결국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적도 쓰러졌다”라고 말하지요. 이 부분을 읽으며 작가가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었는데요. 따뜻한 시선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 작가와의 만남을 여러분들도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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