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어떤 책을 함께 읽어볼까요?
오늘은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이라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책 뒤표지의 카피가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명확하고도 간략하게 잘 표현했는데요. “엄혹했던 군사정부 시절부터 일제강점기 통한의 세월까지, 이 땅에 울려 퍼진 노래로 새롭게 읽는 한국 근현대사!”입니다. 음악 감상실 세시봉,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 미 8군 쇼의 뜻밖의 효과, 대중가요의 숨겨진 힘까지. 한국에서 근현대를 경험한 대중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대중가요에 얽힌 이야기들을 망라한 책입니다.
2. ‘이 땅에 울려 퍼진 노래로 새롭게 읽는 한국 근현대사’라고 하니까 어떤 책인지 명확하게 와닿는 것 같은데요. 대중들이 즐기는 대중가요에 담긴 한국의 역사라고 하니까, 한국의 근현대사가 좀 더 쉽게 느껴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네요.
네. 책을 읽으면서도 쉬운 역사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요. 책은 역사적 사건을 앞에 놓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고요. 독자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중가요의 제목이나 가수를 앞에 놓고 그에 얽힌 역사적 배경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1980년대가 제일 앞 장에, 일제강점기가 제일 뒤 장에 놓여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에서부터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세대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해 친숙한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습니다.
3. 친숙한 옛날이야기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서 말씀해주신 ‘세시봉’의 가수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이슈가 되면서 다시금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는데요. 가수 나훈아 콘서트는 지금도 표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말 그대로 대중가요구나 싶을 정도의 인기가 아닐까 합니다. 책에서는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나요?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는 1970년대를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실 텐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지역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책에서도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합니다만, 제가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남진의 대표곡 「님과 함께」와 나훈아의 대표곡 「고향역」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1970년대는 시대적으로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와 고달픈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요. 그러한 젊은이들이 겪는 타향살이의 서러움과 그리움을 두 곡은 위로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두 곡의 가사가 일부 실려 있는데요. 제가 타향살이를 하고 있어서인지 한국의 젊은이로서 같은 세대의 사람들을 위로해준 두 곡의 힘이 느껴져 따뜻했습니다.
4. 대중가요는 사람들이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대다수일 텐데요. 그것 말고도 대중가요의 힘이 있다고 하면 쉽게 떠올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대중가요의 숨겨진 힘에 대해 책에서는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대중가요는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 대중 가까이서 숨 쉬는 음악일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의 생각이나 태도 등을 은연중에 바꾸려는 의도를 담기 쉬운 장르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대중들은 누구보다 영리하게, 또 열심히 자신들의 삶과 사회를 지키고 일궈나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러한 대중들의 시대적 고민이나 바람 등을 잘 담아낸 곡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대중가요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아가 이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또한 대중임을 책에서는 명시하고 있지요.
5. 말씀을 듣다 보니 대중가요야말로 대중 역사의 산증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권의 역사책보다 더 많은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 대중가요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대중가요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듣지는 않았는데요. 1980년대 한국 대중가요가 경제적 부흥기에 발맞춰 젊은이들의 사랑과 낭만을 담고 있다는 내용이나, 1960년대 미 8군 쇼가 한국에 근무하는 미군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경제적‧정치적 암흑기였던 우리 사회에는 한 줄기의 표현의 자유를 선사했다는 내용은 읽는 것만으로도 대중가요가 왜 한국 근현대사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6.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을 읽고 책에서 이야기한 대중가요를 다시 들어본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이야기한 대중가요 중에 한 곡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음, 1954년 발표된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이 곡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을 왔던 국민들이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는 한 장면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가사를 읽어보면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아닌 남아 있는 사람들이 화자임을 알 수 있는데요. 이 화자가 누구냐 하면, 북에서 내려온 이들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수많은 피란민이라고 해요. 이들이 그렇게 남아 부산에 판잣집을 지어 살기 시작한 곳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산복도로의 마을들이고, 살길이 막막해 장사를 했던 곳이 국제시장이라고 합니다. 이 복잡하고 애절한 역사가 「이별의 부산정거장」에 잘 담겨 있는데요. 여러분들도 이 곡 들으시면서 부산의 관광 명소들을 다시 떠올려보시면 한국의 근현대사가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