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다이 서점에서

by 정안나
7.jpg


1. 오늘은 어떤 책을 함께 읽어볼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일본의 지방 소도시 구마모토 뒷골목의 작은 서점 ‘다이다이’의 서점지기가 쓴 에세이 『다이다이 서점에서』입니다. ‘다이다이’는 ‘오렌지색’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서점과 서점지기가 따뜻한 오렌지색을 닮았구나 싶었고요. 『다이다이 서점에서』 또한 서점을 오고 가는 사람들과 책, 그들의 일상 이야기가 잔잔하고도 따뜻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2. 일본의 지방 소도시 작은 서점의 이야기라고 하니 한가롭고 낭만적일 것만 같은데요.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여유가 느껴질 것도 같고요. 오렌지색을 닮은 서점이라고 하셨는데, 서점 소개를 좀 더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묘한 책”과 “약한 자들의 책”만 파는 다이다이 서점은 2008년에 문을 연 이래 근처 이웃에서부터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계 인사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는 독립서점입니다. 소도시의 작은 서점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데에는 서점지기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하는데요. 서점지기는 서점 겸 카페에서 손님들과 “묘한 책”과 “약한 자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점에서 크고 작은 이벤트를 엽니다. 미술 전시를 하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와의 만남을 하기도 하고,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단골이 결혼식도 하고요. 서점이라고는 하지만 마을의 많은 사람이 찾아와 문화를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 복합문화 공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3. 작은 서점이라고 해서 고요하고 평화로울 줄만 알았는데 의외네요. 보통 서점이라고 하면 조용하게 책 읽는 손님이 많은 공간을 떠올리기 쉬운데 말이죠. 다이다이 서점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데에는 서점지기의 역할이 크다고 하셨는데요. 서점지기가 엄청난 외향형인가봐요?

서점지기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다이다이 서점의 서점지기 또한 활발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 같지는 않았고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천천히, 진심으로 듣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 같았는데요. 손님들이 서점에 찾아왔을 때 책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눈다거나, 마을 사람들이 지나다 들렸을 때, 크게 관심 갖지 않고 그들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서점지기의 가장 큰 매력 같았습니다. 책을 읽고 싶으면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배가 고프면 카운터 앞 바에 앉아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그러다 서점지기를 마주하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4.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SNS에서 봤는데요. 웃음이 나면서도 곱씹게 되더라고요. 소소한 일상을 유지하는 힘은 약해 보일지라도, 결국은 그 작은 힘이 모여 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다이다이 서점의 서점지기는 따뜻하고 힘이 센 사람 같습니다. 따뜻하고도 힘이 센 서점지기가 들려주는 사람, 책,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지우개 도장으로 동화책을 만들어 보낸 어린이 손님, 원고료 대신 복권을 받은 한센병 환자, 고향의 풍경을 스크린에 기록하는 영화감독, 명절이 되면 고향 집에 오듯 서점에 모여드는 과거의 아르바이트생들, 입양이 어려워 보이는 유기견과 유기묘만 키우는 사람 등 누구 하나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이다이 서점의 서점지기는 이런 손님들을 보며 “보통 사람, 보통의 인생이란 건 없으며 모두 저마다의 삶이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일어난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하는데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손님 모두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특별하게 느껴져서, 길에서 책에 나온 손님을 지나친다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5. 소도시의 작은 서점에 명절이 되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여드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소도시에 있는 서점이라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요. 명절 연휴는 긴데 본가에 내려가면 집에만 있기는 또 지겹잖아요. 그럴 때는 동네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딱히 갈 데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고요. 아르바이트할 때의 기억이 나쁘지 않다면 어릴 적 아르바이트하던 곳에 가는 것도 추억여행 삼아 재미있는 일 같습니다. 물론 책에서처럼 거기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 서로 친구가 된다거나 하는 건 특별한 일 같지만요.


6. 다이다이 서점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는데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서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단순하게 서점지기가 서점에서 겪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뭐가 특별할까 싶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이야기가 너무나도 생생해서 서점지기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단박에 느끼실 수 있으실 텐데요. 저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이다이 서점의 낡은 소파에 몸을 파묻고, 커다란 창 아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다 또 졸다, 다른 손님과 서점지기가 하는 이야기를 엿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는 햇빛 좋은 곳에 앉아 『다이다이 서점에서』를 읽으며 동네의 작은 서점에 와 있는 듯한 따뜻함과 여유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