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설집

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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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함께 읽어볼까요?

오늘은 기라성 같은 다섯 작가의 작품을 모은 책을 가져왔는데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음악소설집』입니다. 책에는 음악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담겨 있는데요. 다섯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요.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남자친구와도 이별한 여성이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들으며 일어나는 일들을 배경으로 합니다. 김연수의 <수면 위로>에는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죽은 남자친구의 흔적을 발견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윤성희의 <자장가>는 죽은 딸이 엄마의 꿈에 나타나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야기고요. 은희경의 <웨더링>은 우연히 기차에 함께 타게 된 네 사람이 기차를 타고 가며 벌어지는 일들이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편혜영의 <초록 스웨터>에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뜨개질하던 스웨터를 완성하려는 딸이 등장합니다.


2. 기라성 같은 다섯 작가의 소설집이라고 하신 걸 보면 책을 고를 때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다섯 작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굳이 꼽으신다면요?

책의 표지도 예뻤지만, 다섯 작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갖고 싶었는데요. 다섯 작가 모두 무척 좋아해오던 터라 책을 보자마자 팬서비스 차원에서 출간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 게 죄송할 지경인데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무더운 여름 같은 글을 쓰는 김애란 작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비행운』은 너무 좋았던 책이라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는데요.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느껴지게 하는 재주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3. 무더운 여름 같은 글을 쓰는 작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음악을 소재로 한 소설집이라고 하니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다섯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은희경 작가의 <웨더링>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KTX는 열차 칸 가운데에 정방향과 역방향이 만나는 네 자리가 있잖아요. 열차 예매하다 보면 그 자리가 가장 늦게까지 비어 있는데, 그걸 보면서 그만큼 사람들이 앉기 싫어하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웨더링>은 그 가운데 네 자리에 앉게 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열차를 탈 때는 낯선 네 사람이지만, 한 시간 반 뒤에 열차에서 내릴 때쯤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기차라는 공간의 속성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4. 기차라는 공간에서의 낯선 만남이라…. 그렇게 들으니 기차가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지네요. 저는 어떤 곡을 들으면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라 아련해지기도 하는데요. 그게 음악이 가진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책에서는 음악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궁금하네요.

음, 저 개인적으로는 말씀하신 게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는데요. 편혜영 작가도 책 말미에 적힌 인터뷰에서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 음악을 듣던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마음”이라고 표현했어요. 책에서는 음악이 다양하게 쓰이는데요.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는 연인이 함께 팝송을 듣다 가수의 이름을 오해한 여자가 가사에서 한국말이 들렸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그 에피소드가 씨앗이 되어 여자가 영어를 배우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수면 위로>에서는 어린 시절 엄마가 연주했던 피아노곡이 소설의 배경음악과 같은 역할을 하고요. <자장가>에서는 죽은 딸이 엄마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의 형태로 음악이 등장합니다. <웨더링>에서는 할아버지가 가방에서 꺼낸 악보가 낯선 네 사람을 묶어주게 되고요. <초록 스웨터>에서는 음악이 죽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5. 저는 책을 읽을 때 음악이 등장하면 찾아서 들어보고는 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시면서 들어보고 싶은 음악, 혹은 실제로 찾아서 들어본 음악이 있으신가요?

저도 책에 나오는 곡을 찾아 들어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작품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책에 나온 음악들도 찾아 들어봤는데요. <안녕이라 그랬어>에 킴 딜과 로버트 폴러드가 부른 <러브 허츠>라는 곡이 나와요. 작품에서 남자가 킴 딜과 로버트 폴러드 버전의 곡이라고 소개하자, 음악을 듣던 여자가 갑자기 “안녕”이라는 한국말이 들렸다고 말합니다. 킴 딜을 교포로 착각한 여자가 “I’m young”이라는 가사를 “안녕”이라고 들은 거죠. 그 부분을 읽다 정말 그렇게 들리나 싶어서 들어봤는데, 그런 것도 같더라고요.


6. 음악에 관한 소설집 이야기를 나누어서인지, 책이 아닌 음악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소설집』을 읽고 난 소감을 한 곡의 음악으로 표현해주셔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음.... 책을 읽는 내내 아델의 <hello>라는 곡이 떠올랐는데요. 아델의 <hello>를 들으면 몇 년 전 여행했던 베트남의 사파라는 지역이 떠올라요. 그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델의 신곡이 나왔다며 종일 그 음악을 틀어줬거든요. 음악이 좋기도 했는데 그때의 그 장면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더 좋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음악을 콘셉트로 소설을 쓰게 된다면 아마 그 장면이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아델의 <hello>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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